말 한마디도 예쁘게
말 한마디도 예쁘게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03.2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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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흔히들 앞만 보지 말고 가끔 멈춰 서서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앞만 보고 달려도 자꾸 뒤처지는 느낌, 무언가 놓치는듯한 느낌에 스스로를 더 옥죄는 일상이 반복될 뿐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직장생활과 육아에 몸도 마음도 항상 지쳐 있는 느낌이다.

하루는 학교에서 어떤 이야기 끝에, 내 웃음소리가 행정실을 넘어서 교무실까지 들려 듣고 있는 사람에게도 웃음을 선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쑥스럽고 민망한 기분이 동시에 들었지만 다시 또 슬며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 웃음소리로 인해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기쁨과 동시에 어린 시절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길을 걷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인상 좋은 아주머니 두 분이었다. 지금은 길거리에 자신만의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무섭도록 끈질기게 주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녀 누가 말만 걸어도 일단 경계부터 하지만, 내가 어렸던 탓일까 그 시절에는 누가 말을 걸면 순수하게 그 말에 응대했었다. 참 신기한 건, 그 아주머니 두 분이 무슨 얘기를 장황하게 했던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서는 정말 단 한마디도 생각나지 않고 스쳐가는 말로 두 분 중 한 분이 나를 보며 건넸던 말만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난다는 것이다.

“어쩜 웃는 것도 참 이쁘네.”

생각해보면 누구나 건넬 수 있는 말이다. 마음을 담아서든, 그저 빈말이든, 나의 호감을 사려는 목적이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 말이 참 좋았던 그때 기분이 너무 뚜렷하다. 그 아주머니는 자신이 그런 말을 건넨 사실도, 나라는 사람도 다 잊어버렸을 텐데 나는 아직도 누군가 내 웃음을 칭찬할 때면 그 순간의 기분도 같이 만끽한다.

인생이란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큰 활력을 얻는 것. 그래서 나는 요새 말 한마디라도 이쁘게 하려고 노력한다. 굳이 크게 신경을 써가면서 의식적으로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누군가가 듣기 좋은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마음이 빈말은 듣는 사람도 다 느낀다. 말이 텅텅 비었다는 것을.

속이 꽉 찬 말이 마음에 갑자기 들어설 때, 그 순간을 무심하게 흘려보내지 않고 그 사람에게 전해주고자 노력한다. 그 말이 듣는 사람 마음에 곱게 내려앉으면 그 사람의 하루에 따뜻한 빛으로 싹을 틔울 것이고, 그저 스쳐 지나가더라도 그 말을 전해주는 순간 내 마음이 따뜻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루에 과연 우리는 얼만큼의 말을 하고 살까? 그중에 내가 꼭 해야만 해서 하는 말 말고, 하고 싶어서 하는 말은 과연 얼마나 될까?

오늘 하루, 해야 되는 말 말고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보는 건 어떨까. “와~! 선생님, 오늘 옷이 정말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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