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덫
생각의 덫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3.2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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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누구나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음식을 짜게 드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됐을 때도, 대체 적으로 짠 음식을 좋아하면서 싱거운 음식보다는 짠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반대로 어릴 때 싱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싱거운 음식을 좋아하고 짠 음식을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살아오면서 축적된 자신의 독특한 생각의 패턴인 업식(業識)의 기준에 따라, 이럴 것이고 저럴 것이란 나름의 판단을 내리면서, 각자의 고유한 우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두께 0.1mm의 신문지를 오십 번 접을 경우, 그 두께가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수학적 지식이 없다면, 사람들은 1m 정도 될 것이란 답에서부터 아파트 10층 높이 정도가 될 것이라는 등 등의 다양한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답들은 정답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정답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 분명한 정답이 아닐 경우, `그 문제에 대한 정답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더욱더 현명한 처사임에도, 자신의 생각하는 바가 정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추측을 하기도 한다.

최근 500억 정도의 부자가 됐으면서도 구두쇠로 알려진 지인이, 어떤 일을 하나 부탁하며 수고비를 넉넉히 챙겨 준다는 제안을 했다. 코로나로 기업, 공무원 연수원, 군부대 등은 물론이고 TV 특강 등도 없이 지내는 터라, 지인의 제안을 고맙게 받아들인 뒤, 수고비와 관련한 조건 변경을 요청했다. 지인이 처음 제시한 수고비 액수는 없던 일로 하고 첫날 10원, 둘째 날 20원, 셋째 날 40원 등 매일 두 배씩 금액을 올려 31일째 되는 날의 최종 금액을 받는 조건을 제시하자, 지인은 말했다. “내가 아무리 구두쇠로 소문이 났지만, 무슨 10원 20원 40원 해서 31일까지 수고비를 계산해 달라는 농담으로 나를 꾸짖는가? 그게 몇 푼이나 되겠나?”

지인의 말을 듣고 말했다. “비웃거나 지적하기 위한 말이 아닙니다. 경리 부장에게 꼭 그렇게 계산해서 입금하도록 하십시오.”그 지인은 크게 웃고, 수고비는 그렇게 처리하고, 술도 한잔 거하게 사겠다고 말했다. 10원 20원 40원 80원 160원 320원 640원 1280원, 9일째는 2560원, 10일째는 5120원, 11일째는 10,240원이 된다. 매일 두 배씩 늘어나기 때문에, 11일째 되는 날의 액수는, 10원에 2의 10승인 1024를 곱한 10,240원이 된다. 간단하게 1만 원이라고 하면 21일째 되는 날은 1천24만 원이 될 것이다. 이를 다시 1천만 원이라고 하고 계산할 경우, 31일째 되는 날에는 102억 4천만 원이 된다. 적게 잡아도 1백억 원이 된다.

그렇다면 두께 0.1mm인 신문지를 50번을 접을 경우, 그 두께는 얼마나 될까? 신문지를 한 번 접으면 0.2mm, 두 번 접으면 0.4mm, 세 번 접으면 0.8mm 네 번 접으면 1.6mm가 된다. 50번 접으면, 0.1mm에 2의 50승을 곱한 값으로 대략 1억 1천2백 59만km 정도가 된다. 1m나 아파트 10층 정도의 높이보다는, 오히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인 1억 5천만km와 비교하는 것이 더 가깝다. 0점 조정된 저울만이 정확하게 무게를 재듯, 그 어떤 선입견에도 물들지 않은 무심(無心)의 지혜만이 신문지 50번 접은 두께를 알아낼 수 있고, 이처럼 실상을 정견(正見)할 수 있어야만, 그 무엇에도 걸리지 않는 창조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정견하기 위해선, 심령이 가난한 `나 없음'의 무아(無我)를 깨닫고 지공무사(至公無私)한 우리의 본마음을 회복해야만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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