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문맹을 아시나요?
실질적 문맹을 아시나요?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1.03.2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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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아이들 책 읽기에 대한 부모교육에서 엄마들과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 위해 가장 먼저 꺼내는 주제가 있다. `아이들에게 얼마나, 어떻게 책을 읽어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대부분 엄마들은 `하루에 3~5권은 읽어 주려 노력해요. 사명감을 가지고요.'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한다. 이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물론 좋은 현상이다. 안 읽어 주거나, 못 읽어 주는 것보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대다수가 읽을 책의 권 수, 책 읽고 난 후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해 놓고 책읽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읽어주는 이, 듣는 아이 모두에게 압박감으로 와 닿을 것이다. 이는 `땡, 읽기 시작! 그리고 땡, 읽기 끝'이라는 임무수행을 완성하기 위한 루틴 형성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뭐가 더 있어야 되냐고 묻는다면, 읽는 과정에서 있어야 할 묻고, 생각하고, 공감하며 즐기는 사유의 과정을 놓쳤다고 답하고 싶다.

이 과정이 빠진 책읽기는, 아이들에게서 책읽기의 재미를 빼앗아 갈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문학 자체를 시험문제 풀기 위해 알아야 하는 공부의 연장선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글은 읽지만 이해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실질적 문맹'이라 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발표한 2017년 기준 자료를 보면 전체성인의 22%가 실질적 문맹자이고, 10대의 30% 정도도 단어에만 매몰 되어 말의 요점 파악을 힘들어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초기 문해력 교육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시기가 0세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의 발달단계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읽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책에 대한 이해, 이야기에 대한 몰입 등 문학작품 감상의 즐거움을 스스로 체득하기 쉽지 않다. 읽어주는 이와 이루는 의사소통에서 얻는 기쁨과 감동이 문해력을 키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르게 정자세로 앉아 해찰하지 말고 읽으라 배웠고 또 그렇게 가르쳤다. 시대가 변하고 사고의 틀도 바뀌어 책 읽기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한데 알아채지 못하자 공영방송인 EBS(당신의 문해력)에서도, 책에서도 따라가라 권한다.

<어떻게 읽어도 뭐 어때?/다니엘 페르/미세기>는 제목만 봐도 독자들은 책 읽기에 대한 책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그림책 내지 첫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독자에게 말을 건다. 책을 거꾸로 들어 거꾸로 매달리게 되어 힘들다고 그리고 요구한다. 방향을 돌리라고. 독자는 주인공을 바로 서게 하려고 주인공과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책을 이리저리 흔들기도, 위에서 보기도 하다 보면 독자는 절로 책 보는 재미, 방법을 알게 된다. 참으로 독자를 홀리는 책이다.

`저절로 책을 좋아하게 된 어린이는 거의 없다. 누군가가 아이를 매혹적인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여야 한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그 길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라고 오빌 프레스콧이 에서 말 했듯, 난독유발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누군가'가 많아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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