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화가 김창렬
물방울 화가 김창렬
  •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 승인 2021.03.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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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내가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며 미술대학에 입학한 80년대 당시, 우리나라 미술가 중 가장 핫한 작가가 누구인지를 같은 과 친구로부터 열정적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그 친구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잘나가는 작가는 누구이며, 현재 우리를 가르치는 교수님 중 누가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누구는 실력은 대통령상감이지만 성격이 외골수라 대통령상을 놓쳤다는 등 소위 미술계에 떠도는 야사 같은 이야기를 정말 많이 알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당시 그 친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떠받들던 작가가 바로 김창렬(1929~2021)이란 화가였습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그 친구가 떠드는 무용담을 마치 로댕이나 피카소 같은 사람처럼 동일시하며 흥미롭게 듣곤 했습니다.

이후 김창렬이 물방울 그림으로 얼마나 유명한 화가인지 알게 되었고, 미술을 전공하는 나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아주 인기 있는 화가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김창렬 화가는 1969년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여한 후 그곳에 정착, 1972년 파리의 전시회에서 물방울 그림인 `밤의 행사(Event of Night)'로 본격적으로 데뷔했으며, 물방울을 소재로 프랑스·독일 등 전 세계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가며 명성을 얻었습니다. 특히 지난 1월 타계한 이후 김창렬 화백의 물방울 작품의 인기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케이옥션이 지난 17일 개최한 3월 경매에 출품된 김창렬의 작품은 모두 새 주인을 찾았다고 합니다. 특히 단 하나의 물방울이 그려진 1977년 1호 크기(가로 15.8㎝, 세로 22.7㎝)의 작품이 시작가 1200만원의 7배인 8200만원에 낙찰되는가 하면 앞서 지난달 23일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도 1977년 작 `물방울'이 작가 경매 최고가인 10억4000만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출품된 `물방울' 작품이 모두 낙찰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로써 김창렬 화가는 국내 미술 경매 최고가 기록 보유자인 김환기를 선두로 고가 미술인 순위에서 이중섭, 박수근, 이우환, 천경자, 정상화, 박서보에 이은 8위 작가로 단숨에 톱10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영국, 장욱진, 백남준 등을 앞서는 순위입니다.

그의 물방울 작품은 극사실적 필치로 응집력 있게 그려내는 영롱한 물방울부터, 캔버스 표면 바탕에 축축하게 스며들기 직전의 물방울까지, 다양한 질감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극사실로 보이는 그의 작품은, 실제 가까이 보면 아주 극사실 묘사라기보다는 다소 기계적인 반복 기법을 통해, 실제보다 더 물방울처럼 그려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크고 작은 물방울들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더욱 영롱한 빛을 내고 있는데, 기법 자체는 미술적 테크닉을 어느 정도 익힌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물방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물방울을 그림의 한 영역으로 그리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주제로 만들어내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 학교 현관 갤러리에도 비록 김창렬 화백의 작품은 아니지만 아침이슬을 한 아름 머금은 작은 물방울 그림 한 점이 아침 등굣길 학생들을 늘 반갑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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