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과 질서
혼돈과 질서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1.03.23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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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회전교차로에 들어섰다.

직선으로 달리던 차들이 교차로 선형을 따라 빙글빙글 돌며 제 갈 길을 찾아간다.

회전교차로는 중앙에 원형의 교통섬을 마련해 두고 신호등 없이 운행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회전교차로 설치 후 교통운영 효율성을 평가하기 위해 2019년 55개 교차로에 대해 사전·사후 교차로 통행시간을 비교하였다.

신호 및 비신호교차로에서 회전교차로로 전환 시 교차로 평균통행시간은 회전교차로 1개소당 약 19.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신호교차로에서 회전교차로로 전환 시에는 불필요한 신호대기 시간이 없어져 통행시간이 약 24.0%로 대폭 감소하였지만, 비신호교차로에서 회전교차로로 전환했을 때는 이전에도 차량정체가 거의 없었으므로 약 9.9%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지자체 자체 사업도 일부 포함하여 총 636개소를 대상으로 회전교차로 도입 1년 전 교통사고자료와 설치 후 1년 교통사고자료를 비교하였다.

회전교차로 도입 후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약 4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사망사고 발생건수는 19건에서 5건으로 약 73.7% 대폭 감소하였다.

중상사고 발생 건수는 283건에서 132건으로 약 53.4% 감소하였으며, 경상사고 및 부상사고도 각각 37.8% (325건 → 202건), 39.3% (28건 → 17건) 감소하였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 시스템'이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카오스 시스템'보다 효율성이나 효과성에서 뒤떨어지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961년 미국 수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날씨에 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매번 같은 초깃값들로 두 번씩 같은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완벽하게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입력한 숫자들에 있었다.

컴퓨터에는 소수점 이하 6자리까지 기억되어 있었지만 인쇄할 때는 분량을 줄이기 위해 소수점 이하 3자리까지만 나타나게 했다.

1000분의 1 정도의 오차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반올림한 3자리 숫자를 입력했던 것이다.

초기 조건의 미세한 변화가 엄청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 발견을 통해 로렌츠는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 주에 발생한 토네이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발견하고 수학의 새로운 분야인 `카오스 이론'을 탄생시켰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연법칙의 존재를 믿고 그 법칙의 과학성, 정합성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은 갑작스런 운석의 충돌이나 예상치 못한 재난재해, 일기 변화처럼 예측불가능한 일들로 가득하다.

세상의 모든 현상은 수많은 매개변수로 서로 연관을 맺고 있으며 때로는 작은 원인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로 증폭돼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호등 교차로에서 차와 사람들은 신호등 색깔에 따라 질서 있게 움직인다.

회전 교차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오감과 경험에 의지해 전후좌우를 살피며 제 갈 길로 향한다.

그러니 결정론적 시스템이든 카오스 시스템이든 비록 선의라 하더라도 자신의 옳고 그름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어리석음은 경계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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