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봄날
사람들의 봄날
  • 이창옥 수필가
  • 승인 2021.03.22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이창옥 수필가
이창옥 수필가

 

창문을 건너온 햇볕이 부챗살처럼 거실바닥에 펼쳐진다. 햇살에 봄의 숨결이 가득하다. 요즘 우리 집 베란다 정원은 나의 반려식물들이 봄을 맞이하고 즐기려는 소리로 소란하다. 웅크리고 있던 화분 흙속에 잠들어 있던 수선화와 베들레헴이 용케도 봄을 알아차리고 뾰족이 새싹을 내밀어 봄을 맞이한다. 일 년 내내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제라늄들도 봄의 숨결은 다르게 느끼는가보다. 제각각의 색을 뽐내며 봄 치장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게발선인장 이 녀석은 해마다 그러하듯 느릿느릿 꽃망울을 부풀리며 햇살을 즐긴다. 마치 여유가 뭔지 저를 보고 배우라는 듯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에 꼭 어울리는 화두를 던지는 듯하다. 불안해서 조급증이 나더라도 참고 견디면 언젠가 꽃피는 날도 오리니.

나도 봄맞이로 분주해졌다. 틈나는 대로 쉬어家로 달려가 꽃밭과 텃밭에서 해 묵은 덤불들을 걷어 내고 웃거름을 뿌려 놓았다. 텃밭에서는 방풍나물이 움을 틔우고 지난가을 씨를 뿌려 자라난 시금치는 초록빛으로 윤기가 돌며 자라고 있다. 방풍나물과 시금치는 조만간에 우리 집 식탁에 올라 이야기꽃을 피우게 하리라. 꽃밭에는 지난 늦가을 심어 놓은 튤립 수선화 히아신스가 흙을 밀어올리고 새싹을 삐죽이 내밀고 세상을 곁눈질한다. 그 곁눈질에 안심하고 어서 오라고 봄 햇살이 따스하게 새싹을 맞이한다. 검불처럼 바스락거리던 내 마음에도 훈풍이 불어온다. 겨우내 마냥 게으름을 피우며 늘어져 있던 오감이 기지개를 켠다. 아! 드디어 봄이구나.

사람들은 절박하거나 힘이 들 때면 절대자를 향해 두 손을 모은다. 새봄 돋아나는 새싹들도 한결같이 두 손을 모으고 있다. 무엇이 그리 간절했을까. 그건 동토의 어둠 속에서 봄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따듯한 햇살을 향한 간절한 염원 때문이 아니었을까.

봄은 모두에게 희망의 계절이다. 그리고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의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은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계절이라지만 지난겨울은 온 세상을 두려움으로 가득 채운 몹쓸 바이러스로 인해 유난히 더 주눅이 들고 우울했었다. 마치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모두가 불안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새싹들은 돋아나고 꽃들은 피어나며 봄은 우리 곁에 찾아왔다. 시리고 추운 어둠을 견디며 낮은 곳으로부터 계절의 봄은 찾아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춥고 아픈 계절을 보내고 있다. 새싹처럼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빌어본다. 사람들에게도 따듯한 봄날이 오기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