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비
꽃과 나비
  •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3.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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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나는 나비가 되었소. 살랑 부는 바람에도 휘청거리는 연약한 날개를 가졌소만, 이리 꽃향기 따라 날아오를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소. 한 많은 삶 훌훌 털어 버리고, 나 이제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저 하늘 위로 훨 날아오르오.

도서 `꽃과 나비' (민혜경 저)를 열자마자 처음 나오는 구절이자 한 많은 삶을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 춘희 할머니의 간절하고도 애절한 마지막 한마디이다. 이 책은 꽃다운 나이에 위안부에 동원되었던 한 할머니의 마지막 고백을 그린 작품이다. 청소년 추천 도서로 선정된 도서이지만 성인이 보기에도 너무나도 좋은 책이다.

일찍이 부모를 여읜 춘희는 구두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아버지 친구의 말에 속아 중국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지옥 같은 생활을 하다 한국군에 의해 간신히 구출이 된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진 채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오히려 고향 사람들에게 각종 비난을 받게 된다. 결국 고향을 도망치듯 떠나게 되고 위안부에서의 삶을 숨긴 채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마지막 육신에서 자유로워지며 모든 것을 고백하고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훌훌 날아가는 그 순간까지…. 춘희 할머니의 잘못이 아닌데. 왜 피해자인 춘희 할머니가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 걸까?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의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라면 과연 춘희 할머니와 다른 모습으로 비밀을 대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점을 갖는 순간 마음이 답답하고 한편으론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뉴스에서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던 아이들과 조롱을 하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차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자세로 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 아이들은 사실을 알고 있을까? 과연 알면서도 저리했을까? 싶었다.

아이들은 몰랐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알면서 저런 행동을 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우리 또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방송이나 기사를 통해 자주 접해왔지만 나의 일이 아니니까 무심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우리가 기억하고 또 가슴에 새겨야 할 일들을 몇 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만이 소리쳐 투쟁하는 것 같아 부끄러운 감정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용기 내어 자신의 비밀을 말씀하고 계신 우리 할머님들의 시간은 야속하게만 흘러가고 자유로운 나비가 되어서 훌훌 날아가고 계신다. 과연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신다면 이 일을 기억하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잊지 말아야 하며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 기억하고 또 기억하여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한다.

춘희 할머니를, 따뜻한 봄날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흩날리는 꽃잎들 사이로 하나 둘 떠나는 모든 춘희 할머니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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