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돌봄사업의 시작과 끝
문화재 돌봄사업의 시작과 끝
  • 박희영 충북도 문화재돌봄사업단 총괄실장
  • 승인 2021.03.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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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박희영 충북도 문화재돌봄사업단 총괄실장
박희영 충북도 문화재돌봄사업단 총괄실장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싹이 돋고 꽃이 피는 봄이 찾아왔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기운이 다시 살아나듯이 문화재 현장에서도 서서히 활기가 돌며 몸풀기를 시작하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진정한 한 해의 출발인 셈이다.

더불어 모니터링팀의 발걸음 또한 바빠지고 있다. 돌봄사업의 현장 활동은 대부분 모니터링에서 시작해서 모니터링으로 끝을 맺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니터링-경미수리·일상관리-점검모니터링-사후관리>라는 `One Cycle System'에 따라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단의 물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중추적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 모니터링은 잠재적 위험요소나 장애요인 등의 예방 또는 개선을 목적으로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행위에 대해 측정하고 점검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즉 문화재 내·외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비교·관찰함으로써 진행성을 파악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기록하여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조사 대상이 `문화재'라는 특수성과 데이터 신뢰도의 측면에서 전문성과 주기성, 지속성은 모니터링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모니터링의 활동범위는 크게 정기, 긴급, 전문모니터링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정기모니터링은 경미수리를 목적으로 전체 대상문화재의 보존관리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활동이다. 긴급모니터링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한시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안전점검과 긴급대응(복구)을 위해 문화재 및 주변 환경 피해를 조사하는 것이다.

전문모니터링은 비파괴 계측장비를 활용하여 건조물 변위측정, 목조문화재 생물피해 조사, 석조문화재 풍화양상 조사 등 문화재 손상요인을 과학적으로 예측·감지하여 보고하는 활동이다. 이 외에도 교통수단에 의한 진동계측, 드론을 활용한 항공 촬영, 실측도면 및 카르테(Karte) 작성, 수목 모니터링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모니터링팀은 모니터링 결과를 1차 분석하고, 우선순위와 경중을 고려하여 경미수리 작업일정을 계획하는 2차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 소유자·관리자 및 시·군 담당자와 협의를 통해 경미수리 사항을 확정짓게 된다. 한편 훼손정도가 심하여 경미수리 범위를 벗어난 사항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의견서를 작성하거나 전문가의 자문의견을 제공함으로써 지자체에서 조속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모니터링 결과가 문화재 관리 및 보수정비에 직접 반영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라 모니터링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현장친화적인 모니터링 방법론 모색과 전문성 강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문제도 있다. 고용 안정화의 문제로 결원과 전문인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대부분 2~30대의 젊은 문화재 전공자인 모니터링팀원에 대한 임금 현실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것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양질의 전문인력 유입은 요원한 일이며, 궁극적으로 모니터링의 기대수준 향상 역시 보장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선한 노력으로 차츰 가치를 회복해가는 문화재를 바라보며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한 송이의 꽃이 피기까지 기꺼이 밑거름이 되어주는 사람들. 봄꽃을 보며 그 노력이 가상하고 감사하면서도 안쓰러운 생각이 교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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