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신심 쌓고 두걸음, 근심 덜고
한걸음, 신심 쌓고 두걸음, 근심 덜고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3.18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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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산티아고길' 도보순례
충북 진천 순례길, 배티성지~백곡공소~진천성당 1·2구간
충남 당진 버그내 순례길, 솔뫼성지~합덕성당~신리성지
충남 서산 해미성지 순례길, 대곡리 한티고개~해미순교성지
신리성지
신리성지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걷었던 수많은 이들은 수천 년 전 순례자처럼 걷고 또 걸었다. 낮에는 나무와 하늘, 구름을 벗 삼아, 밤에는 별과 달과 동행했다. 걸으면서 순례자의 생각을 읽기를 원했다. 충청권에도 성지 순례길이 있다. 신앙심이 있다면 신심을 쌓을 기회로 종교가 없다면 마음속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순례길에 나서도 좋다.

#충북 진천 순례길

올해는 한국 천주교회 첫 번째 신학생이자 두 번째 사제인 가경자 최양업 신부(토마스, 1821~1861)의 탄생 200주년이다. 최양업 신부의 숨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배티성지부터 백곡 공소~진천성당까지 1, 2구간으로 나눈 도보 순례길이 있다.

1구간 배티성지~백곡공소까지는 7.5㎞다. 도보 구간은 배티성지→ 삼박골 입구→ 무명순교자 묘 참배→ 백곡공소까지다. 이곳에서는 성당에서 성체조배와 함께 도보순례를 시작하며 기도를 한 후 밖으로 나와 야외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면 된다. 배티성지는 진천군 백곡면 양백리에 있는 천주교 성지다. 배티는 신유박해(1801)로부터 병인박해(1866)까지 이어지는 천주교 박해시대 때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골짜기이다. 현재 무명 순교자 6인 묘역 및 14인 묘역, 최양업 신부 동상 등이 조성돼 있다. 2구간은 백곡공소~진천성당(9.2㎞)까지다. 코스는 백곡공소→ 군부대 앞 다리인 장관교 건너 제방길→ 백암사거리 좌회전→ 진천성당까지다. 백곡공소는 진천군 백곡면 지역에 천주교의 복음을 전달하고 미사를 집전하며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과 복음을 전달하기 위해 1961년 설립됐다.



#충남 당진 버그내 순례길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불리는 버그내 순례길은 솔뫼성지에서 신리성지까지 13.3㎞에 이른다. 순례길은 솔뫼성지→합덕제, 수리민속박물관→ 합덕성당→ 합덕제중수비→ 원시장, 원시보우물→ 무명순교자의 묘→ 신리성지까지 이어진다.

출발지인 솔뫼성지는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지로 사적 제529호로 지정돼 있다. 이곳은 1784년 한국천주교회가 창설된 직후부터 김대건 신부의 증조 할아버지 김진후 비오(1814년 해미에서 순교)부터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46년 서울 한강 새남터에서 순교)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았던 곳으로 한국의 베틀레헴으로 불린다. 마지막 도착지인 신리성지는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주교가 거처하던 곳으로 충청남도 기념물 제176호로 지정돼 있다. 다블뤼 주교는 1845년 10월 김대건 신부와 함께 강경에 첫 걸음을 내디딘 후 1866년 갈매못에서 순교하기까지 21년 동안 조선에서 활동했다. 한국의 천주교 전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신리성지는 조선의 카타콤바(로마시대 비밀교회)로 불리고 있다.



#충남 서산 해미성지 순례길

해미 성지 순례길은 충남 서산시 해미면 대곡리 한티고개부터 해미순교성지로 약 11.3㎞다.

해미 천주교 순례길은 1800년대 병인박해 등 천주교 박해 당시 내포지역의 수많은 천주교 순교자들이 서산해미읍성과 해미순교성지(여숫골)로 압송됐던 경로다. 이름이나 세례명을 남기고 순교한 132명의 신자가 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기록되지 않은 1800~2100여 명 이상으로 추측되는 무명의 신자들이 처형당한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수 저수지의 1.5㎞ 구간은 수몰된 압송로 옆으로 소나무숲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해 정신적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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