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한 마디
그녀의 한 마디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1.03.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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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그건 오 여사의 일방적인 통보였다. 남편인 승오에게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임의대로 던진 말이라서 그러했다.

순간 승오는 그 한마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눈빛이 흔들렸다. 여태껏 남들의 이야기가 설마 설마 했지만 막상 자신의 귀로 직접 듣고 보니 내심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가 앞으로는 제사상을 차릴 수가 없다고 했다.

승오는 적지 않은 당황을 했지만 우두커니 말만 듣고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러기엔 세상이 승오에게도 그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승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의 일인 양 신중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귀가 번쩍 놀랄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만약에 제사를 고집한다면 마치 시대의 순리를 거스르는 역행이라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승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선 착잡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머릿속에선 어찌할 바를 몰라 갈등이 방황하던 그때 그녀가 덧붙인 한마디에 승오는 공연히 트집이 일어났다. 그녀는 성묘로 대신 하면 될 것 아니냐고 그쪽으로 떠미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승오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사정은 이해하지 못하고 왜 성묘까지 신경 쓰느냐고 벌컥 화가 섞인 목소리를 던졌다. 그녀 또한 큰 소리로 마주쳤다. 급기야 두 사람의 말 틈 사이로 제사와는 관계없는 엉뚱한 말들이 튀어나오면서 다툼으로 번져갔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부부싸움이 되어 집안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승오는 자칫하다간 주변의 눈총만 받을 것 같아 집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무작정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아닌게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제사문화는 왠지 변화를 가져 올 수밖에 없는 인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듯 보였다.

또한 몇몇 변화된 모습 속에서 문화적 가치관의 인식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각자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 뜻을 지녀오는 것 같았다. 누구는 설날에 한번 누구는 추석에 성묘와 제사로 한번 누구는 한식날에 한번으로 등등 그 외 여러 방식으로 그 의미를 행하고 있으며 또한 종교의식에 따라 제사를 갈음하는 방식도 있고 누구는 차례상을 약식으로 간소화하는 방식도 있었다. 하긴 예로부터 제사는 집안마다 지방마다 그 방식과 특색이 서로 다른 성격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선 시대가 요구하는 대로 제사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에 따라 그 가치기준을 달리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는 줄 이해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승오는 부산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보였다.

승오는 스스로에게 제사는 무엇이며 부모님은 누구였나 되묻다가 문득 먼 산을 바라보며 그리움만 젖어갔다.

어디 변하는 것이 제사뿐이겠는가 수많은 것들이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지만 변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현실적 가치관을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그렇다고 시대 변천에 따른 현실이 문화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요구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그러므로 현실적으로는 변화를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문화를 바꾸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만 그로인한 신구시대의 갈등을 해소하고 그것이 어찌 변화를 해야 하는지가 또 하나의 해결책으로 묻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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