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다림, 그 간절함에 대하여
수많은 기다림, 그 간절함에 대하여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1.03.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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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난민이주외국인 특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비교적 소수의 행정법 전문 변호사로 등록되어 그런지 도내 외국인 체류자 사건을 도맡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6일 자 기고에서 어느 고려인 2세의 배우자에 대한 소송구조이야기를 하였는데, 다행히도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체류자격을 인정하도록 판결을 받았습니다.

반면에 체류자격과 관련한 다른 사건에서는,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던 스리랑카 근로자가 산재사고를 당하여 체류기한을 넘겼고 그러던 중에 한국인과 혼인관계가 성립하였지만 혼인의 진정성을 의심받아 패소판결에 따라 결국 배우자를 두고 의사에 반한 출국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지금은 몽골 국적의 엄마가 생후 24개월의 아기와 함께 출국하지도 모르는 사건을 수행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든 이들은 대한민국을 사랑해서 국내에 머물며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그 간절한 기다림은 마찬가지입니다.

필자의 직업적 숙명은 어렵고 억울한 처지를 겪는 사람을 대리하여 법원을 비롯한 국가에 대하여 법적 설득과정을 거치는 일입니다. 당사자와 소통하고 창작의 고통을 겪으며 노력한 결과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그러한 기다림의 연속에서 잠시 쉼표를 찍을 때 늘 옆에는 반려식물들이 자리합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쯤 `호야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기고가 있었네요. 역시나 호야꽃은 더 이르게 꽃망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버려져 잎도 바래 볼품없지만 새로 들여온 긴기아난이 새벽부터 향 가득한 하얀색 꽃을 피우고 있고, 호접란은 꽃대가 5개나 나와 곧 꽃이 필 겁니다. 호야와 같이 수년을 키워도 꽃 보기 어렵다는 장미허브에 제비꽃 비슷한 보라색 꽃대가 나와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가지가 잘리면 아무데나 심어도 자라나는 생명력 강한 녀석이 예상도 못 한 감동을 선사하다니요.

카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잎 넓적한 알로카시아 대신 비슷하게 생긴 토란을 하나 심었더니 내내 줄기에서 잎이 나오고 새해 들어서는 알뿌리에서 올려 보낸 새끼 토란이 나오는 마법을 부리고 있습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러한 마법으로 감동을 주기까지 스스로를 위한 것인지 저를 위한 것인지 정중동(靜中動) 가운데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필연인지 몰라도 같이 일을 시작한 대표님의 고난이 걱정입니다. 억울함과 불편이 없어야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데, 사필귀정(事必歸正)과 인과응보(因果應報)가 과연 통하는 세상인지 의문입니다. 전화위복(轉禍爲福)과 권토중래(捲土重來)가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람들 각자의 사연에서 오는 기다림이 실망과 좌절이 아니라, 웃음과 행복이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의미한 여건들이 갖추어질 것입니다. 흙냄새 가득한 봄이 왔습니다. 모든 기다림이 다 좋지는 못할지라도 간절한 기다림과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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