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과 관찰
주목과 관찰
  • 김진균 청주 봉명중 교장
  • 승인 2021.03.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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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진균 청주 봉명중 교장
김진균 청주 봉명중 교장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라는 책에는 주목과 관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강원국에 의하면 주목과 관련된 수업과 공부는 남이 만든 물건을 베끼거나 남이 간 길을 쫓아갈 때 필요하며 남이 보라는 대상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그 지점에만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마지못해 하게되고 자신이 좋아서 하거나 관심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즐겁지도 않고 새로운 것을 상상해 내지도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받은 교육은 보라는 데를 잘 보면 인정받았던 시대인데 그때는 선생님 말씀을 누가 더 잘 듣는지를 놓고 경쟁을 하였다고 하면서 읽기와 듣기만 하면 자아가 형성되지 않고 정체성도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였다. 반면 관찰은 보고싶은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기웃거리는 것으로 자신이 진짜 보고싶은 것을 볼수 있기 때문에 몰입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어린아이가 마당에서 놀다가 우연히 개미를 발견하였다면 온존일 그것을 쳐다볼 수 있는데 엄마가 개미만 보고 있으라고 시켰다면 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하면서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강원국의 이런 주장에는 모순이 담겨있다. 강원국의 주장대로라면 주목을 강요하는 교육을 받았던 본인은 자아가 형성되지도 자아 정체성도 만들어지지 않았어야 한다. 그리고 자아 정체성도 형성되지 않은 사람이 지금까지 대통령 연설문을 쓰고 책을 썼다는 말인데 진정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요즈음 학생들을 보면 과다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에게 `여기에 주목해'라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면 과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까? 또 스스로 우연히 개미를 발견하면 온종일 쳐다볼 수 있는 몰입이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이런 주장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가능한 사람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사례를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개미를 쳐다보라”, “여기에 주목하라”라는 부모나 교사의 안내가 더 필요하다. 또 주목을 통해 안내되었다고 어린아이가 온종일 개미를 쳐다보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물론 지시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교육은 흥미를 유발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전부로 보아서는 안 된다.

독서 교육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관찰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흥미를 느낀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독서 교육의 성공을 위해선 처음엔 부모나 교사의 적절한 안내가 필요하다. 책을 사다주고 거기에 주목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여기에 적절한 보상이 함께 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 높다. 그리고 이런 훈련과정을 반복 하다보면 나중에는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독서를 해나갈 수 있게 성장하는 것이다. 즉 외적 통제를 거쳐 내적 조절로 이어지는 것이다. 외적 통제에 대한 거부감으로 외적 통제를 하지 않고 내적 조절이 저절로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사실 주목과 관찰은 상호 보완적인 것이지 서로 배치되는 관계는 아니다. 교육은 칭찬도 비난도 주목도 관찰도 필요한 복잡한 과정이고 현실이다. 이상적인 언어로 포장되어서도 그리고 그런 언어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스스로 관찰하고 몰입을 통해 성장해 간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 아니라 너무 이상적인 말이다. 이는 학습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교육적 노력은 대부분의 보통 학생들에게 더 유효하다. 대부분의 보통 학생들은 부모나 교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안내 그리고 노력이 요구된다. 부모의 관심과 안내는 학생들의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학생들은 이러한 밑거름을 통해 충분한 자양분을 흡수할 때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부모나 교사의 지나친 관심과 안내는 더 나쁘다는 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과유불급, 중용이 답이라는 걸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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