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기울어진 운동장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1.03.16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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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진천주재(부장)
공진희 진천주재(부장)

 

2019년 6월 시흥시 과림동의 한 논.

이 논 3996㎡는 LH 직원 4명이 15억1천만원에 공동으로 매입했고 2793㎡는 직원 1명이 자신의 부인과 함께 10억3천만원에 사들였다.

직원 4명은 일부 부부동반으로 과림동 밭 5025㎡를 22억5천만원에 매입했다.

이들은 각자 1천㎡ 넘도록 지분을 나눠가졌는데 협의양도인택지를 얻기 위한 꼼수라는 얘기ㅁ가 나왔다.

이들은 굳이 필지를 4개로 나눴는데, 이후 팔기 쉽게 만들기 위해 필지를 나눈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의 논밭에는 최근 들어 왕버들 등 희귀수종의 묘목들이 빼곡히 심겨졌다.

공기업, 국회의원 가족, 자치단체 의회 의원, 지방 공무원들이 개발정보를 미리 빼내 투기를 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어차피 한 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흐르듯이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임? ㅋㅋ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빨면서 다니련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못해서 못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 ㅉㅉ'

익명을 기반으로 하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이 글이 올라와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개인의 재산불리기에 나선 사람들이 반성은 커녕 뒤틀린 특권의식으로 국민들을 조롱하는 게시글은 국정농단 주범의 딸 정유라의 `돈도 실력이다.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하라'는 게시글을 떠오르게 한다.

이들의 국민을 대하는 자세는 영화 `내부자들'의 이강희(백윤식 분)의 대사까지 소환시킨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거 뭐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조용해질 겁니다'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허위매물, 기획부동산, 떳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국토부와 LH 임직원에 이어 경기·인천·기초지자체·지방공기업 임직원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조사지역도 확대하기로 했다.

차명거래 등 각종 투기의혹은 이번에 발족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불법행위는 처벌하기로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국회법 등을 포괄하는 정밀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이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투기조사를 시작하자고 제안하자 국민의 힘은 지자체장이나 지역의원들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하자고 맞받았다.

충청북도도 산업단지 투기 의혹 조사에 나서는 등 전국 지자체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팔자를 고칠 만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력이나 자본, 기회가 사실상 어려운 서민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어디쯤 서 있는 걸까?

정치 이슈에 과몰입하며 분노하던 친구여!

이제 그 분노의 대상은 진영과 이념의 색안경으로 색깔이 갈렸을 뿐 색안경을 벗고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네와 같은 곳에 서있는 이웃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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