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꿈은 자본주의의 덫
부자의 꿈은 자본주의의 덫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3.15 2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LH공사 직원들의 사전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다. 경기도 광명과 시흥 신도시와 관련해 사전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은 전국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수도권만이 아니라 개발이 이루어지는 전 국토에서 사전투기 양상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LH공사 직원들의 사전 투기 의혹에 불을 댕긴 것은 공익 제보에 의해서다. 신도시 개발 계획 정보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공사 직원들이 토지를 사 분할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전투기의혹이 정식으로 공론화되었다. 여기에는 제보를 받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자치시민연대가 공동 조사에 나서면서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결국 제한된 정보를 독점해 부동산 점유하고 공기업 직원들이 이득을 취하면서 적폐의 파장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아파트 가격이 솟구치면서 평생 벌어도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다. 공기업에 근무하면서 개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했으니 국민의 분노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서둘러 3기 신도시 예정지 투기의혹을 조사하고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투기가 의심되는 LH 전직 직원들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고, 과거 거래 내역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사 대상을 친인척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 근절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다.

공기업 직원들의 사전투기는 이제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전수조사의 필요성으로 대두하고 있다. 공기업 직원들보다 고급 정보를 접하기 쉽다 보니 더 큰 규모의 사전투기도 가능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서다. 이는 또 사전투기가 현 정부나 LH공사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데 국민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 때문인지 정치권에서도 전수조사 여부를 두고 공방이 한창이다. 국회의원 300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으로 검찰, 특검,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정치적 꼼수라며 거부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도 15일 부동산 적폐 청산과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내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과제가 잘 실현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정한 사회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로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것 같지만, 그 이전에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현대산업사회가 급속히 성장하고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되면서 부동산은 로또로 인식된 지 이미 오래다. 몰라서 못하고 돈 없어서 못하는 서민들에 반해 권력자나 주변인들은 부를 취득해 괴리감을 주었고, 졸부가 등장하면서 돈이면 다 되는 황금만능이 판을 치는 세상을 만들었다. `부자 되세요.'라던 옛 광고 카피처럼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강하게 부추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사회는 돈의 많고 적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구조로 흘러 오게 했다. 가난이 게으른 사람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부자가 마치 인격적으로도 높이 평가되는 사회 분위기는 돈을 좇게 만들고 있다. 1000원짜리 5000원짜리 복권으로 대변되는 현대사회는 그렇게 부자가 되라고, 되어야 한다고 등 떠밀고 있다.

그러나 부자의 꿈은 극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덫이다. 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모두가 자멸하게 된다. 불공평한 세상을 바로잡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 결단과 합의가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