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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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 승인 2021.03.1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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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학교를 옮기면서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초등학교 사서교사로 십 년 넘게 일을 해 왔다. 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손에 익었고, 전문성을 발휘해 일하고 있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초중학교로 옮긴 탓에 중학교 아이들과도 만나게 되었다. 전임 선생님은 고등학교에 계셨던 선생님이었는데, 내가 알던 것과는 엄청 다른 서가를 보니 이게 뭔가 싶은 마음과 엄청 공부해야 하겠구나 라는 암담함이 든다. 각오를 안 한 건 아니었는데, 와서 직접 본 도서관은 나에겐 엄청난 과제 같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의 주인공, 이바다도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도서 `까대기'(이종철, 보리)는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현장에서 도망자가 속출한다는 전설의 알바, 일명 `까대기'라 부르는 택배 상하차 이야기다. 산처럼 높이 쌓인 택배를 봤을 때의 심정이 딱 내 심정과 비슷할 것 같다.

이 책의 작가는 만화가를 꿈꾸며 서울로 올라왔지만 생계를 위해 택배 상하차 일을 하게 된다. 택배 상하차는 택배차가 오면 물품을 내리고 분류해 발송하는 일이다. 노동 강도가 엄청난 고된 업무고, 오전에 일해보고 점심 먹으러 가면 도망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그만큼 오래 일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이름을 묻거나 서로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상하차가 얼른 끝나야 배송을 가기 때문에 바쁘게 일만 할 뿐이다. 그렇게 6년간 일하면서 작가의 눈으로 보는 택배업의 일상을 그린 책이다.

책을 읽으며 노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만화책이고, 일상을 담담히 담은 만화라 책장은 휙휙 넘어간다. 그러나 담고 있는 내용은 무거워서 마음에 눌리는 책이다.

알바 업계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는 택배 상하차.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대우받아야 한다. 고된 일을 하면 더 대우받고 존중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의 경쟁. 회사의 이득을 위해서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다. 소소한 복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커피믹스와 장갑 이야기를 보면서 한숨이 나오고 분노하던 건 나만은 아닐 것이다. 돈이 안 되고 힘든 일을 떠맡기려는 택배 사업자에게 항의하던 택배 배송기사 이야기에 책을 덮고 잠시 쉬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갑갑함을 누르며 보다가 그래도 꿈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작가의 모습이 밝아서 적지 않게 위로가 된 책이다. 그러나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갑갑한 마음이 앞선다. 자신의 일을 존중하고 대우받기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일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어서 왔으면 한다. 까대기의 사전적 뜻을 찾아보니 `건물이나 담 따위에 임시로 덧붙여서 만든 허술한 건조물'이라고 한다. 말은 그러하지만, 실제 그렇게 되면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임계장 이야기'(조정진 저, 후마니타스)를 주문해 두고 결국 읽지 못했다. 이 책도 얼른 읽어야겠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를 도서구매 목록에 넣어야겠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천천히, 담담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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