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쉼표
인생의 쉼표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03.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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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가만히 서서 내가 걸어온 인생길을 뒤돌아볼 쉼이 없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새벽녘에 혹은 달리는 차 안에서, 출근하자마자 읽고 있는 당신도 그렇다. 이것도 저것도 놓치고 싶지 않지만 결국 꼭 무언가를 놓쳐야만 하는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걸까.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동네에서 한 주민이 고층에서 몸을 던졌다. 그 사람이 부서지는 소리였을까, 밑에서 난데없이 포기한 삶을 받아내야 했던 차 한 대가 박살 나는 소리였을까, 어마어마하게 우렁찬 둔탁한 소리에 많은 사람이 숨소리만 겨우 쌕쌕거리며 가만히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여드는 경찰차와 구급차, 그리고 통제하는 사람들을 감싸고 서 있는 수많은 구경꾼.

못사는 동네였다. 사람이 사람을 치는 일이 허다했고, 술을 한 바가지 마시면 세상을 향한 원망과 삶에 대한 한탄이 온 동네를 기세등등하게 울리곤 했던 그런 동네. 그래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려던 사람들 속에서 불쑥 사라져버린 죽은 자의 여운은 책가방을 매고 있던 내게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던져주었다.

“무얼 위해… 살아가는가?”

하지만 사는 동네가 변하고, 삶의 모습이 변하며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 동네, 그 사건, 모든 것을. 그러나 새해가 밝고 이제 찬란한 봄이 오려고 햇살은 반짝이게 빛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린다. 당사자들의 삶을 통째로 흔들고, 제 3자인 나의 가슴까지 철렁이게 하는 소식들. 게다가 며칠 전에는 나의 주거지 인근에서 투신한 한 남성의 기사까지. 흔들흔들 거리던 내 삶의 지지대는 결국 캄캄했던 어린 시절의 의문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무얼 위해 이다지도 힘들게 살아가는가?”

사실 엄청난 질문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잊을만하면 누군가는 꼭 던지는 질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우리의 마음에 남겨지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졌다. 혹은 우리 스스로가 겨우겨우 내려앉은 인생의 쉼표를 가질 기회를 툭툭 털어냈는지도 모른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내가 책임져야 하는 많은 일을 손에 쥐고 무작정 내 인생길을 돌아본다고 전진하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한 번쯤, 모든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이나 아이들이 모두 잠든 고요한 밤, 텔레비전과 휴대폰을 잠시 끄고 나의 삶에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그 질문에 대한 답들이 켜켜이 쌓여, 아니면 그 생각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어쩌면 훗날 마주할 어떤 큰일에도 내가 무너지지 않게 잡아줄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인생의 시련을 갑자기 마주한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함께 꼭 잘 이겨낼 것이라는 나의 믿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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