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수도권 분할이다
해답은 수도권 분할이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3.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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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LH 사장에 재직하는 동안 공기업의 존립 이유는 투명성과 청렴이란 얘기를 끝도 없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얼마 전 국회에 출석해 했다는 말이다. 직원들이 땅 투기하는 동안 사장은 무얼 했느냐는 의원들의 질책에 내놓은 답변이었다.

그가 진심으로 이말을 했다면 한점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라 하지않을 수 없다. `자고로 공복은 청렴해야 하느니라'는 공자님 말씀에 직원들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노다지'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했다니 말이다. 그 노다지란 남보다 앞서 얻은 개발 정보이다. 거기에 약간의 수고만 보태면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차익이 보장되는 데, 이 한탕의 유혹을 뿌리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더욱이 아파트를 파느니 장관 직을 사양하겠다는 부동산 지상, 부동산 불패의 나라에서 말이다.

변 장관이 입이 닳도록 청렴가를 읊었다는 시기에 직원들은 차명과 가명으로 은밀하게 사재기를 하던 최소한의 염치조차 벗어던졌다. 대놓고 실명을 동원하기에 이른 것이다. 실명을 노출한 이들의 배포가 이번 사달을 초래했기에, LH 내부에서는 “미련하기 짝이 없는 놈들 때문에 우리가 경을 치게 생겼다”는 또 다른 공분이 일고있다는 씁쓸한 얘기도 들린다.

딱히 수고랄 것도 없다. 산 땅을 최대의 수익을 낼수 있도록 정교하게 분할하고, 최대한의 보상을 받기 위해 묘목을 촘촘하게 박아넣고, 벌통을 구해다 곳곳에 설치하는 일은 몇푼 쥐어주고 전문인력에 맡기면 된다. 이런 일이 오랫동안 이어오는 동안 그 방면에 일가를 이룬 전문가들도 대거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마치 상상도 못했던 망국병이 터진 것처럼 새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여야가 특검을 하자느니 검찰 수사가 먼저라느니 공방을 벌이는 모습에서는 모종의 담합이 감지된다. 여전히 국민을 핫바지로 보는 것 같다. 검찰 수사 먼저하고 때가 되면 특검으로 전환하면 될 것 아닌가.

공직자의 부당한 부동산 투기를 발본색원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제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 공직자들까지 불법을 동원해 가세하는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는 수도권이다. 지방은 “아파트 값이 올라 1년새 앉아서 수억원을 벌었다”는 식의 성공담이 난무하는 화려한 무대 앞의 한낱 객석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개국 이후 처음으로, 지구 상의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자연적 인구감소라는 국가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와중에도 서울·경기·인천, 즉 수도권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 2019년 전체 인구의 과반을 돌파했다. 재화, 이권, 문화, 기회 등등 삶의 질을 결정할 요소들의 독점은 더 심하다. 요컨대 부동산 가치 폭등은 수도권 과밀과 과잉의 산물이란 얘기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수도 이전은 이 중병을 완화할 유일한 기회였다. 이후의 정권은 지방분권을 선거철에 잠깐 써먹는 구호 용으로 제쳐놓고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 규제완화와 개발로 일관했다.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민주당 정권도 다르지 않다. 국회를 옮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작 국회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선거철마다 되풀이 하고있다. 여당은 인구 감소에 수도권 블랙홀까지 겹쳐 말라죽을 위기에 놓인 지방에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국제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그 가공할 결기가 국회분원 앞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변창흠 식 훈계나 징벌, 엄포로는 공직자 부동산 투기조차도 잡기 어렵다. 유혹을 떨치라는 요구를 할 것이 아니라 그 유혹 자체를 없애야 한다. LH 직원들이 효율적 가치 창출을 위해 매입한 땅을 치밀하게 쪼개듯이 수도권을 나눠 지방으로 분할하지 않고는 부동산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여야는 더 이상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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