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본질은 `투기'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본질은 `투기'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03.14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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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수도권 3기 신도시 예정지였던 광명·시흥지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했다는 사건으로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어지간한 이슈가 사나흘을 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LH사태를 목도한 국민들은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의 기존 정상적인 업무처리에도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가의 기강이 무너졌다는 탄식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수도권에서 자행된 LH 직원들의 투기의혹은 이제 전국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충북도와 청주시, 충북경찰청은 청주 넥스트폴리스산업단지(이하 넥스트폴리스)와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오송3산단), 음성 맹동 인곡산업단지(인곡산단), 청주테크노폴리스, 오창테크노폴리스, 서오창테크노폴리스 내 투기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행여 있을지도 모르는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들의 투기행위를 적발하기 위해서다.

넥스트폴리스와 오송3산단, 청주테크노폴리스 등은 투기행위로 의심되는 조립식 패널로 지은 속칭 벌집(보상을 노린 투기형 주택)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곳에서는 수도권 신도시에서 LH 직원들이 자행해 국민적 공분을 산 토지에 나무를 심는 행위도 버젓이 행해졌다. 모든 조사의 칼끝은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들의 투기행위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LH 직원들의 투기의혹의 본질은 개발예정지에서 만연한 투기행위가 또다시 자행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개발행위가 이뤄지는 곳마다 투기행위가 반복되고 있지만, 근절대책이 여태껏 마련되지 않은 게 문제의 핵심이다. 공직자나 공기업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민간부분의 투기행위도 척결해야 다시는 이 같은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투기행위를 하기 어려운 신분의 이들의 일탈행위가 이 정도 수준이면 전문 부동산투기꾼들이 단기 개발이익을 노리고 매입한 토지나 건축물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렇다고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 투기세력은 결국 철퇴를 맞을 것이다. 이젠 다시는 투기행위가 이 땅에 발붙일 수 없게 제도를 손봐야 하는 문제가 남았을 뿐이다.

개발예정지에서의 투기행위의 문제는 개발행위가 시작되면 철거되고 뽑혀 나가야 할 건축물이나 나무가 심겨진다는 데 있다.

투기꾼들은 `개발행위 허가 제한구역'또는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정 고시되기 직전 토지를 매입해 허가를 받는다. 건축행위는 고시가 난 이후 진행된다. 고시 전에 건축할 경우 만에 하나 사업이 취소되면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후에 투기에 나선다.

이 부분을 손보는 게 투기행위근절의 시작일 것이다. 고시 이후 건축행위나 나무심기를 해도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넥스트폴리스 등에서 자행된 투기행위는 시도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 자명하다.

공공기관에서 임대주택 건설 등 서민주거안정이 아닌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재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폴리스와 청주테크노폴리스처럼 주거단지와 산단이 결합된 복합단지는 결국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서민들의 돈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결과로밖에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대기업이 포함된 기업체에 조성원가 수준의 산업단지를 제공하는 게 옳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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