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의 한국화
한경미의 한국화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1.03.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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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한국화의 예술적 의미로 봅니다.”

우리의 전통미술 한국화를 창의적 회화정신을 가다듬어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닌 새로운 표현과 기법으로 그려가고 있는 한국화가 한경미가 말했다.

그는 1963년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여상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했다. 30대 중반에 염색으로 예술을 익혀 가다가 스텐실 포크아트를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무엇에 두어야 할 것인지에 고민끝에 한국화에 재미를 붙인지 20여년이 되면서 먹의 향기에 푹 빠져 있다.

한국화에 들어선지 10여년이 지나면서 한국화의 맛과 붓터치의 기술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한 그는 비로소 나름대로의 소질을 개발할 필요성을 알아, 옛그림 그대로의 모방이 아닌 장르로 전통진경의 화풍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연구와 작업에 매진중이다.

나만의 구상으로 나만의 한국화를 재창조하고 싶다는 그는 자연을 소재로 하면서 꽃의 화사함과 희망을 주는 현대적 흐름에 초점을 맞추어가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곧 정통성을 바탕으로 한 구도에서 집합과 확산의 이미지로 섬세하고 은은함이 배어난 작품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서 사색의 기운이 서린 그림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야외 스케치를 즐겨 한다는 그는 지리산 화엄사의 홍매화와 그와 어우러져 있는 한옥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 해지는줄도 몰랐었다고 회상했다.

그때의 감수성어린 느낌 그대로를 작품화하려 할 때 어슴프레 어두워가는 가운데에서도 꽃들의 모습은 또렷해 보였고, 그 아쉬움과 이별의 미학이 깃든 그림을 지금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집요한 노력탓일까. 이 그림은 그 느낌의 표현이 매우 탁월해 보였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자연풍경이라기 보다 심상풍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심상풍경이 스산하기 보다는 잔잔한 호수의 물비늘처럼 아스라히 보이는 원경과 고요한 중경에 우뚝 선 근경이 서로 어우러진 교향곡을 듣는 것 같기도 했다. 하늘과 땅사이의 공기와 물, 바위와 나무들이 저마다의 혼과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할 때 이것은 하나의 훌륭한 화음의 어우러짐일 것이다.

그의 완성된 그림이 많지는 않다. 작업연수에 비해서 소량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3백여점 정도인데 그것도 작품성이 있는 그림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겸손해 했다. 그는 자신의 한국화 작업이 개인적인 사색의 발자취이면서 삶의 이런저런 삶의 여행에 스며든 세상살이에 대한 생각과 마음의 표출로 이어진 내 모습의 부유물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화작업은 시각적 예술의 근간이 되는 현실스케치와, 그에 더한 상상의 감동적 문학성을 한데 버무려 사실주의와 감성주의를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완성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제 자기가 그려낸 한국화가 감상자들과 만나 예술은 삶의 일부이면서, 자연성찰의 기회를 서로 나누어 행복된 삶의 도구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미술역사상 회화는 인간의 상상을 담아왔다. 그 상상적 미술이 진실을 본 것이라고 할 때 우리도 상상의 밝은 눈으로 작가들이나 작품들을 찾아보고 만나면서 소중한 삶의 지혜를 얻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시작과 끝이 함께 온다고 했다지만 한국화가 한경미의 그림작업이 새로운 시작을 한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끈끈한 애정이 짙게 배어있는 작품이 많이 쌓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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