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메르츠 세계의 눈 - 이글루
마리오 메르츠 세계의 눈 - 이글루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21.03.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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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이상애 미술학 박사
이상애 미술학 박사

 

20세기 초반 이후 미술의 역사는 `아방가르드의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는 기존의 예술 형식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전위미술 운동으로서 예술 작품이 시대의 조류와 맥을 같이하는 필연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는 1960년대 중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으로서 현대 소비자본주의사회의 자연파괴에 반대하며 전개되었다. 예술가들은 일상의 주변에 널려있는 돌, 흙, 종이 등과 같은 사소한 재료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하나의 양식을 배격하고 조각, 사진, 설치 및 공연을 망라하는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그리하여 아르테포베라는 `가난한 미술'이라 일컬어지기도 하였으나, 문명화된 세계 안에서 자연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탈리아의 설치미술가이자 조각가인 마리오 메르츠는 1960년대 후반 아르테포베라의 영향을 받아 자연의 순환법칙을 발견하여 작품을 통해 세계가 순환하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표현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의 두 축은 세계의 끊임없는 변화와 확장을 드러내는 나선형 구조의 시리즈와 세계를 하나의 상징체계로 결합하여 수렴된 형태로 보여주는 시리즈이다. 나선형 구조와 이글루는 세계의 자연적 변화를 확장과 수렴된 형태로 보여주기 때문에 상반된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으나, 이들은 모두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는 메르츠의 주제 안에서 자연과 예술의 상호 관계를 드러낸다. 그의 모든 주제와 모티브에 의한 대위법(對位法)의 주된 선율은 대자연의 순환이다.

메르츠는 우주로 뻗어 나가는 돔 형태의 이글루를 발전의 과정으로 보고, 어제의 세상의 모습, 오늘의 세상의 모습, 그리고 내일의 세상의 모습으로 연계되는 유기적인 관계로 보았다. 작품 <이글루 폰타나>는 기존하는 분수대의 크기에 따라 규모를 맞춰 제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글루의 둘레를 분수대의 둘레와 일치하도록 설계하고,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분수대 안에 작품을 설치한다. 분수대 안에 만들어진 18개의 동파이프가 뿜어내는 물줄기와 주위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자동차들, 그리고 주변의 가로등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메르츠의 이글루들은 이처럼 시·공간의 연속성과 관계를 맺는 은유체로서 `우주, 지구, 인간의 집, 인간의 거대한 모임, 세계의 눈'을 나타내며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지속적으로 변화된다.

메르츠에게 이글루는 예술의 모델이자 세계의 모델이며, 회화와 조각을 관찰하는 세계의 눈이다. 반구의 형태가 만들어내는 `구조의 순환성'은 이글루를 통해 세계가 하나의 전체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자연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세계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문명화된 세계 안에서 다시 한번 자연의 법칙을 인식하도록 하였다. 메르츠의 작품은 세계에 대한 관찰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표현하여 자연에 대한 재인식의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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