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대전공항화 공론화 어림없다
청주공항 대전공항화 공론화 어림없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1.03.04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달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주공항을 대전공항화 하는 것이 충청권 광역철도망 건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허 시장은 “공항 이름을 바꿔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전시민의 청주공항 이용을 늘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충북에도 득이 되는 일”이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고 한다.

대전시민의 청주공항 이용을 늘리려한다는 의도는 납득이 가지만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은 청주공항 이름에 대전을 끼워넣으려고 시도한 전력이 이미 두 차례 있었다.

청주공항이 건설중 일때 청주시에서는 청주를, 당시 청원군에서는 청원을, 대전에서는 대전을, 천안에서는 천안을, 일부에서는 세종을 명칭에 넣자고 해 지자체 간 다툼이 있었다.

대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청주공항이 개항한 이후인 2006년 청주공항을 `대전국제공항'으로 개명할 것을 제안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대전이 청주공항에 대전 명칭을 넣자고 내세운 명분은 간단하다. 전체 공항 이용객 수의 과반을 대전 시민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종시민들의 수요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청주만의 공항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충청권 4개 시도가 충청권 광역철도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넣기 위해 손을 잡은지 얼마지나지 않았다.

이런 때 청주공항을 대전공항화하자는 말로 자극하는 것은 충북도 입장에서 무례하고 빈정상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자치단체장이 한 말이어서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 말의 무게감도 결코 적지 않다. 그래서 그의 발언이 더욱 자극적이고 민감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자치단체장의 말은 절제되고 세련돼야 한다. 상대 지역이 있는 민감한 사안일때는 더욱 그렇다.

충북도민이 청주국제공항에 보내는 애정은 남다르다. 군사용에 머물렀던 공항을 국제선이 뜨고 내리는 여객용으로 만들었고 인프라 확충에도 온갖 정성을 쏟아왔다.

그 결과 연간 이용객이 300만명을 넘는 명실상부한 중부권 허브공항으로 성장했다.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저비용항공사 유치라는 결과도 얻어냈다.

오롯이 충북의 민·관이 합심해 이뤄낸 성과다. 허 시장의 청주공항 대전공항화 발언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대전이 청주공항을 대전공항화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지역명이 들어가는 국가시설의 명칭 변경은 다른 사례에도 보듯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역간 갈등은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마련이다.

허 시장의 발언이 지역 갈등의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허 시장의 발언에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는 또 있다.

허 시장의 말이 나오자마자 대전지역 유력 일간지는 그의 발언에 맞장구를 쳤다. 대전은 충청권에서 가장 국제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고, 세종은 국회세종의사당 설립 등을 고려할 때 청주공항 이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고 했다.

아울러 청주공항은 국토의 중심에 있는 유일한 공항이자 대전, 세종, 충북과 충남 동부지역의 관문이나 다름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충청권 시도지사들이 광역철도망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으니 이제 청주공항의 이름을 병기하거나 변경하는 문제도 고려해 볼 때라고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자치단체장이 말을 뱉고 언론이 나서서 여론을 부추기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 행태다.

이 신문의 사설 제목은 `청주공항 대전공항화 공론화 일리 있다'다. 단호히 말하지만 `청주공항 대전공항화 공론화 어림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