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뉴턴역학, 암흑물질에 도전장을 내밀다
수정뉴턴역학, 암흑물질에 도전장을 내밀다
  •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 승인 2021.03.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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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암흑물질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것이다. 암흑물질은 실제로 관찰된 물질은 아니다. 하지만 우주에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가정해야 설명할 수 있는 현상들이 있다.

태양계의 행성들을 생각해보자. 행성이 태양에 가까이 위치할수록 태양이 잡아당기는 힘은 강해진다. 따라서 태양으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빠른 속도로 공전해야만 한다.

반대로 태양으로부터 멀리 위치할수록 태양이 잡아당기는 힘은 약해진다. 행성의 공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 태양이 잡아당기는 힘을 이겨내고 태양계 밖으로 이탈해버릴 것이다. 따라서 거리가 먼 행성일수록 비교적 느린 속도로 공전해야 정상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일수록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수성은 약 88일, 지구는 약 365일, 목성은 약 11년8개월, 가장 멀리 떨어진 해왕성은 약 165년이 걸린다.

과학자들은 은하 역시 같은 원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은하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은하 중심을 공전하는 별의 공전 주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 은하에 대한 연구 결과는 예상과 일치하지 않았다.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져도 별의 공전 속도가 그다지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빨라지는 구간도 관측됐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하의 바깥쪽에 많은 양의 암흑물질이 있다고 가정해야 했다. 그리고 암흑물질의 중력 덕분에 은하의 바깥쪽에서 비교적 빠르게 도는 별들이 은하를 이탈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이를 위해 필요한 암흑물질의 양은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약 5배 정도나 더 많아야 한다고 예상된다.

그렇다면 어떤 물질이 암흑물질의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초기에는 질량은 크지만 빛의 방출량이 적어서 관측이 잘되지 않는 백색왜성, 갈색왜성, 블랙홀 같은 천체들을 예상했다. 그러나 관측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들의 존재만으로는 암흑 물질의 양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현재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입자가 암흑 물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수정뉴턴역학과 같이 암흑물질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연구도 제시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은하 내에서 별들의 공전 운동은 은하 내부의 중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외부 은하에 의한 중력의 영향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정뉴턴역학에 따르면 멀리 있는 외부 은하가 미치는 중력의 세기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수정뉴턴역학은 물체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면 기존의 중력 방정식이 예측하는 값보다 중력의 세기가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은하의 바깥쪽에 위치한 별일수록 외부 은하의 영향이 중요해진다. 은하 내부에서 작용하는 중력의 세기가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외부 은하에 의한 중력의 영향이 중요해져 별의 공전 속도를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 암흑 물질을 도입하지 않아도 은하 바깥쪽 별들의 공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중력 이론에 바탕을 둔 암흑물질의 가정, 그리고 기존의 중력 이론을 뒤집는 수정뉴턴역학. 어떤 것이 우리의 우주를 더욱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두 이론의 대립이 우주에 대한 우리들의 관점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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