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페놀 30년, 수도업무 30년
낙동강 페놀 30년, 수도업무 30년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03.03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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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동헌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팀장
김동헌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팀장

 

지난 1991년 구미공단의 전자회사에서 낙동강 유역으로 페놀을 유출하는 사건이 있었다. 대구지역의 상수원인 낙동강에 유입된 페놀은 취수장과 정수장을 거치면서 염소와 결합해 인체에 유해하고 악취를 유발하는 클로로페놀(Chlorophenols)을 생성했고 낙동강 수계의 주민 1000만 명에게 극심한 고통을 줬다. 올해는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가 발생한 지 30년, 필자가 그 사건으로 공직을 시작해 수도 업무를 한 지 30년째 되는 해이다.

그 사고로 인해 페놀을 유출한 기업의 회장이 물러나고 기업은 피해의 일부를 금전적으로 보상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의 계열사 등을 대상으로 한 시민들의 불매운동으로 해당 기업은 직접적 피해 보상액과 비교할 수 없는 매출 손실을 겪었다. 이 사고는 1970~1980년대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을 인식하게 해 사회 전반에 걸친 환경운동 시작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정부에서는 시 단위 이상의 정수장에 환경 분야 전문 공무원인 환경연구사를 신규 채용했는데 사고가 발생한지 4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현장에 배치됐다. 이와 같은 신규 직원의 신속한 배치는 공무원 사회에 전무후무한 일로,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수질오염사고보다 더 시급하고 전국적인 중요한 문제가 있다. 낙동강 페놀 사고 당시 채용자로, 30년간 상수도 최일선에 근무하는 담당자로서 수돗물은 수질오염사고 보다 `수도배관 내부 찌꺼기 청소 대책'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 상수도의 정수장이나 관로 시설은 양적으로 완성됐다. 문제는 관로 내 슬라임(Slime, 부드러운 스케일 찌꺼기)이 문제이다. 많은 관로는 경과 연한이 오래됐어도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거의 모든 관로의 내부에는 이 슬라임이 붙어 있어 배관이 조금만 흔들리거나 충격이 생겨도 녹물이 나오는 것이다. 이들 슬라임을 분석해보면 탁질에 철(Fe)과 망간(Mn)이 결합돼 있는 형태이다. 철과 망간은 정수장에서는 낮은 농도이지만 관로 중에 장기간 축적되면서 슬라임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들의 처리법은 관을 세척하거나 교체하는 방법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세척 비용이 교체 비용보다 경제적이지만 단수해야 하고 공사 후에도 그 효과가 완전하지 않을 수 있어 대부분의 수도사업자는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효과가 확실한 배관 교체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배관에도 교체 즉시 슬라임이 부착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답은 `국민적 합의'에 달려 있다. 깨끗한 수돗물을 먹기 위해서는 순차적이고 정기적이며 체계적인 배관 청소가 필요하다. 배관을 청소하기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일정 시간 단수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런 불편을 감내하는 사회적 이해와 동의가 있을 때 지속적인 관망의 청소작업이 가능한 것이다.

수돗물을 관리하는 수도 사업자는 국민의 기본적인 신뢰를 잃는 일이 없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며 국민들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맑은 수돗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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