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데자뷰
철도 데자뷰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1.03.0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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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
공진희 부장(진천)

 

`진천은 해마다 10만석 이상의 미곡이 산출됨으로 그 미곡을 외지로 수출하기에 교통상 불편함을 일반이 느껴오던바 최근에 진천읍내에서 철도연장기성회를 조직하고 리○○ 외 한 명을 위원으로 용산철도국에 보내어 재작일(그저께)에는 진정을 하였는데 그들의 요구는 성환 - 진천 약 3마일 가량되는 거리에 철도를 부설하여 다시 진천으로 청주까지 충북선과 연락을 시켜달라는 것이라는 바, 성환-진천에 있는 엽둔재는 돈네루(터널)를 만들자면 약 150만원 예산이 들어야 하겠다더라'(1925.11.22 동아일보)

철도라는 캔버스에 지역주민들의 유치 열정과 여기에 뜻을 같이하는 이웃 시군이 맞잡은 손을 물감 삼아 바른 뒤 이를 반으로 접었다가 다시 펴니 1920년대 경부선과 2020년대 수도권내륙선이 데칼코마니로 나타났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목표로 충북도와 경기도, 화성 안성 진천 청주 등 6개 지방정부가 수도권 내륙선 철도구축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수도권 내륙선은 동탄-안성-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충북혁신도시-청주 공항을 연결하는 총연장 78.8㎞의 고속화 철도로 추정 사업비는 2조5천억원이다.

국토균형발전차원에서 수도권과 중부권을 연계하는 신규철도노선 건설이 절실한 상황을 반영한다.

이 철도망이 구축되면 동탄에서 청주 공항까지 34분 이내에, 안성에서 수서까지 3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수도권 내륙선 노선이 일본이 경부선 철도 부설을 위해 실시한 제1차 답사노선 북부지역과 대체로 일치한다.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서울-안성-진천-청주를 거쳐 부산으로 가는 노선이 검토된 일제 강점기의 경부선 노선이 국토균형발전차원에서 안성-진천-청주 등 중부 내륙지역의 경제활성화 필요에 의한 현재의 수도권내륙선과 겹치는 상황은 백년을 뛰어넘는 데칼코마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이 지역에 철도를 유치하려는 지역민들의 열기는 당시 신문에도 생생하게 실려 있다.

1925.10.22 조선일보에는 `……지난 8일경에 철도국원이 경남철도회사를 방문하고 당지(진천)에 출장하여 입장 지선으로 진천까지 철도를 연장하겠다고 지방경제를 친찰하고 돌아갔는데……철도 연장한다는 말을 듣고 읍내공회당으로 열광적으로 수천 군중이 집합해 철도기성회를 조직하고 산회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기성회는 회장과 부회장, 간사, 서기, 집행위원, 회계, 고문 등을 선출했으며 철도정차장 부지를 기부할 건 등을 결의사항으로 담고 있어 그 구성이 탄탄하고 구체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신문 1927년 3월 29일자에는 `지난 24일에 천안 입장면장대에서 유지 량씨가 와서 진천 지방 유지 모모를 방문하고 엽둔고개를 경유하여 성환 진천 간 공중열차(케부리식)를 부설하기로 협의하고 실지로 답사하고 돌아갔다'는 기사도 실려 있다.

뜻을 같이하는 이웃 시군과 맞손을 잡은 이 기사는 지난 2020년 7월 22일 수도권 내륙선 철도유치민간위원회 4개 시군 공동 사무실 개소와 맥을 같이한다.

노선에 이은 또 하나의 데칼코마니다.

100년 전 `수천 군중의 열광적 집합'에도 불구하고 철길은 열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100년 세월이 흘러 6개 지방정부와 그 지역주민들이 수도권내륙선 유치에 나섰다.

절절함이 묻어나는 철도 데칼코마니가 웅변한다.

100년을 넘나드는 주민들의 염원이 데자뷰를 뛰어넘기를, 그리하여 100년의 꿈이 열매를 맺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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