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개구리
우물안 개구리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2.2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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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나고 얼음이 슬슬 녹아 없어진다는 우수(雨水)마저 지나 어느덧 환한 보름달이 천지를 환하게 비추는 정월 대보름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제 며칠 후 3월 5일이 되면, 겨울잠에 들었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驚蟄)을 맞는다. 경칩에는 전국 방방곡곡의 개구리 울음소리에 코로나19가 놀라 달아나는 기적이 일어날까?

경칩과 개구리를 떠올리다보니, 문득 장자의 `우물안 개구리'얘기가 떠올랐다. “井蛙不可以語海(정와불가이어해) 拘於處也(구어처야) 즉, 우물 속에 있는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설명해 줄 수 없다. 개구리가 사는 곳인 우물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공간적인 제약을 받는 존재란 의미를 내포한 가르침이다. 장자는 또 모든 인간이 시간적인 제약을 받는 존재임을 역설한다. “夏蟲不可以語氷(하충불가이어빙) 篤於時也(독어시야) 즉, 여름 한 철만 사는 곤충에게는 얼음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없다. 매미 등 여름 곤충들에게는 여름이라는 시간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루살이가 일 년 후 약속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예전에는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선,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색다른 문화와 전통 등을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라고 권장했다. 그리고 시간적 제약을 벗어나 옛날과 지금을 하나로 꿰는 지혜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선, 선조들의 과거 삶을 기록한 역사를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의 문화 공동체가 돼서,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고 해도 크게 색다르거나 경이로울 것이 별로 없다. 또 과거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도 인터넷에 키워드만 입력해서 검색하면, 즉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비교적 공간과 시간적 제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간과 공간을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을 만큼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오히려 잡다한 지식과 정보들에 영향을 받고 매몰되면서, 편협된 시각이 고착화하기 쉬운 측면도 있다. 이 같은 까닭에 장자의 우물 안 개구리나, 여름 한 철의 곤충 얘기와 함께, “曲士不可以語道(곡사불가이어도) 束於敎也(속어교야)” 즉, 편협한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도의 세계를 설명해 줄 수 없다. 그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는 가르침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곡사(曲士)란 이런저런 잘못된 지식과 정보를 알고 있거나,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는 삐딱한 지식인이란 의미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공간적인 제약을 받거나, 한여름 매미나 하루살이처럼 시간적 제약 속에서 자신이 알고 경험한 것이 전부라는 편협된 사고와 가치관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온갖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왜곡해서 오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며 2월을 마무리 짓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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