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2.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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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과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일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학창 시절 공부하기가 전자였고, 후자는 친구들과 노는 일?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하고 아이 엄마가 되었지만 하기 싫은 일이 가득하고, 의무감에 해야 하는 일들로 어깨가 무겁다.

좋아서 하는 일은 몇 개나 될까?

어렸을 때부터 나는 자라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장래 희망 칸에는 망설임 없이 선생님이라고 적었고, 하교 후에는 집 안마당에서 매일 학교 놀이를 했다. 선생님처럼 엄마 뾰족구두를 신고, 마당에 있는 대추나무, 회양목 등 아빠가 가꾸시는 키 작은 나무들을 학생 삼아 그날 배운 내용을 화단에 있는 꽃, 나무에 가르쳐 주곤 했다. 어쩌다 보니 선생님의 꿈은 저 멀리 가버리고, 나는 사서가 되었다. 어린 시절 가게 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집 앞 공공도서관에 가서 책 읽으며 상상을 넘어 공상의 세계에 빠져 있던 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책이 있는 곳으로 출근하고, 책을 옆에 두고 일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좋아서 하는 일인가? 이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고른 새 책이 도서관에 들어오는 날이면 설렘에 버선발로 마중 나가고,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 교육프로그램에 찾아오는 이용자들을 만나면 반가움을 넘어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계획한 프로그램이 유익했다고 재미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분을 만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나로 인해 평소 만나지 않았던 책을 만나고,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느끼며 다시 찾아오는 학생, 학부모를 만나는 직업, 또 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내 직업으로 나는 종종 행복하다 느낀다.

도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이동환 김은지 지음· RHK코리아)의 작가는 작은 책방을 열어 독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책이 좋아 서점을 차렸고 글이 좋아 글을 쓰고, 맥주가 좋아 치맥을 하는 작가. 그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작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뇌과학자는 내가 행복한 일을 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느끼는 정도의 차이라 했다. 러시아의 한 작가는 행복을 낫으로 풀을 베는 반복적인 노동을 하다가 자신을 잊어버리는 상태라고 했다.

행복을 정의하기엔 어렵다.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수치는 다를 테니까. 하지만 행복은 늘 가까이 있고, 자주 반복해서 익숙한 것을 통해 그것을 느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때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나는 행복하다. 작고 소소한 것들이 늘 반복되지만, 그것이 행복임을 알기에 오늘도 행복하다.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작은 진리를 확인하고 싶을 때 가볍게 책장을 넘겨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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