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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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02.22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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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주부들이 요즘 시장 가기가 두렵다고 한다. 계란, 대파, 양파 등 식자재 물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만 해도 1만원 안팎이면 이것저것 3식구 한 끼 때울 반찬거리 사는 게 가능했지만 요즘은 언감생심이다.

가장 눈에 띄게 오른 것은 물론 계란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산란계가 대량 살처분되면서 공급난이 심화해 계란 1판 값이 1만원에 육박한다.

실제 시중 계란값은 대란을 기준으로 30개짜리 한 판의 가격이 9000원 안팎에서 팔리고 있다. 도심 소형 마트에서는 1만원을 넘는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계란값이 오르면서 콩나물해장국집에서 계란 바구니가 처음으로 사라지는 `진풍경'도 목격되고 있다. 실제 지역의 몇몇 유명 콩나물 해장국집에서는 손님들이 `알아서 해장국에 넣어 드시라고' 식탁마다 올려놨던 계란바구니가 사라졌다. 계란 한 판 값이 1만원에 육박하니 업주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없앤 것이다.

한 식당에서는 `계란값이 내릴 때까지 부득이 공짜 계란 제공을 중지한다'는 안내 문구를 식당 벽에 써놓기도 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이해 할 만 하다. 콩나물 해장국 한 그릇 가격은 4000~5000원인데 원가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계란값이 당연히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천안의 한 산업단지 인근 뷔페식당도 계란 제공을 중단했다. 1인분에 6000원짜리 뷔페를 팔던 이 업소는 식당 한 켠에 라면과 계란을 수북이 쌓아놓고 손님들에게 마음껏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제한 공짜'계란을 구경할 수 없다.

계란값 폭등은 빵 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죽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계란의 가격이 오르자 제빵업계들이 잇달아 빵 값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제과점인 파리바게트는 지난 주말부터 660개 제품 중 14.4%에 달하는 95개 품목의 소비자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평균 5.6%를 인상했다. 파리바게트에 이어 2위 사업자인 뚜레쥬르도 평균 9% 빵 값을 인상했다. 햄버거 업계도 줄줄이 인상을 준비 중이다. 대표 주자인 맥도날드는 오는 25일부터 버거류 11종을 비롯해 30품목의 가격을 100~300원씩 평균 2.8% 인상한다. 계란, 양파 등 농산물 주요 원재료 가격의 급등과 인건비 상승이 인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계란값 인상과 관련해 신조어도 생겼다. 언론들은 인플레이션에 빗대어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이번 계란값 인상의 원인은 공급이 부족한 때문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라 전국 곳곳의 산란계 농장의 닭들이 대량 살처분되면서 순식간에 두 배나 폭등했다.

당국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이번 시즌에 98건의 AI가 발생했으며 이중 산란계 농장이 41.8%(41건)에 달한다. 전국에서 280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으며 이중 산란계가 1548만 마리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7400만마리에 달했던 산란계의 20% 이상이 감소했으니 공급이 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 평년 기준 하루 4300만개가 공급됐던 계란은 현재 3600만여개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한 판에 1만원에 육박하는 계란값은 쉬 납득할 수가 없다. 공급 물량은 불과 10여%가 줄어들었는데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올랐으니 말이다. 지난 설에 일부 지역의 특수 상황이라면 모르겠으나 앞으로 유통 과정에서의 폭리로 주부들을 한숨짓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구나 생산자도 `재미'를 못 보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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