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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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1.02.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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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얼마 전에 후배가 찾아와 골동품 가게를 냈다며 명함을 맞췄다. 평소 보기 드문 취미를 가졌구나 싶었는데 새삼스러웠다. 내가 아는 그 후배는 수석과 난 채취에 남다른 흥미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분망히 직업에 전념해 오다 이번에 뜻을 이룬 것인데 수석과 난이 아닌 골동품이라니 새삼 놀랍다. 골동품 거래는 개인과 개인이 상대하기도 하지만 경매를 통하여 필요한 물품을 팔고 산단다. 참 특별한 업종이다. 솔직히 오래되고 유서 깊은 서화와 각종 기물로서 희소적 미술적 가치를 지닌 물품. 골동·고완·고동·고미술품 등은 우리가 아는 일반 물건 사고파는 것처럼 정가가 매겨진 것도 아니고…. 잘하면 재미를 톡톡히 보는 업이란다. 맑아진 유통으로 출발이 늦었긴 하나 적성에 맞는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했다는데 각별한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골동품은 골동(汨董) 또는 고완(古玩)이라고도 한다. 전에는 주로 고동이라 불렀고, 요새는 고미술품이라는 용어로 많이 쓰인다. 골동이라는 말은 옛 그릇을 뜻하는 홀동(?董)이 와전되어 생겼다는 설과 뼈를 장시간 고아서 끓인 국인 골동갱(骨董羹)이 오랫동안 애완된 고기(古器)에 비유되어 일컬어지면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설이다. 사고파는 옛날물건은 고, 중고물로 동양화, 서양화, 고가구, 옛날 물건, 장식품, 도자기, 그림. 가구, 그릇, 손수작품, 돌, 멍석, 항아리, 놋쇠, 옹기 등 가지 수도 엄청 많다.

직장생활보다는 자영업이 시간도 많고 윗사람 눈치 볼 일도 없이 퍽 자유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직장은 8시간 일하는 것이 규정이지만 개인 사업자는 12시간도 모자란다. 출판업을 시작하면서 양궁을 잡지 못했다. 수십 년을 장롱 속에서 묵었던 양궁을 꺼내게 된 것이 비오는 날 장롱 정리를 하다 발견되기도 했지만 의사의 추천이기도 했다. 작년 수해복구 때 다쳤던 왼쪽 어깨 회전근육과 오른쪽 팔꿈치 수술 후 담당 의사가 재활운동으로 활이 그만이라는 권고가 있었다.

활을 꺼내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활을 사게 된 동기가 되었던 밤나무골에서의 대박 추억. 생가. 선친과 형제들. 어깨회전근육, 팔꿈치 수술. 그리고 골동품 사업을 시작한다고 명함을 찍어 간 후배의 안부가 궁금했다. 활이 그 후배가 말하는 골동품과 연관된 생각을 갖게 하는 건 그만큼 오래된 낡은 활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할아버지가 쓰시던 국궁이면 모를까 양궁이니 골동품과의 연계는 부적절한 큰 비약이다.

새것도 좋지마는 손때 묻은 오래된 물건이 은은한 정이 느껴지고 고품스러울 때가 있다. 어느 채널인가 진품명품이란 프로가 있다. 그곳에 방영되는 물건들은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게 매겨진다. 물론 보관 상태가 양호하면서 흔하지 않은 게 명품으로 진가가 높다. 오래된 양궁이지만 손질을 하고 나니 윤이 나는 게 새것 못지않다. 활을 쏘아 보고 싶었다. 현을(양궁에서는 스트링이라고 부른다) 걸려고 날개 끝에 고리를 걸어 휘었다. 순간 우지직 소리가 나서 보니 아뿔싸 한쪽 날개가 으스러져 버렸다. 참 너무 허무하다.

대수롭지 않은 원주민들의 옹기 조각이 주둔군에게는 의미심장한 골동품처럼 느껴지는 것이지만, 돌동(汨董). 아무리 생각해도 시대에 뒤떨어지고 쓸모없는 낡은 것이나 그런 사람이라는 말로 들린다. 몇 년 전만 해도 최상급이었던 컴퓨터가 지금은 골동품이 되어 버린 것과 같이, 또 요즘 젊은이들의 노래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걸 보니 나도 이제 골동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막상 사용하려다 보니 힘없이 부러지는 양궁처럼 나도 마음엔 있으나 금세 무너질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골동품은 사려는 사람이 부르는 가격으로 흥정 되기 마련인 것인데…. 하고 위안을 받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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