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애 키우니?
너만 애 키우니?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02.1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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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지역 맘 카페가 떠들썩하다. 코로나 이후로 가끔 일어나는 분쟁 아닌 분쟁인데 이유는 이러하다. 전업주부인 엄마가 코로나가 한창 심각할 때도 어린이집에 긴급 돌봄을 보냈는데, 자신을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다른 엄마가 그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글을 쓴 것이다. 글을 쓴 엄마는 자신의 글이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 몰랐겠지만, 어마어마한 수의 댓글이 달렸고 한차례 큰 소동이 벌어졌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아이를 긴급 돌봄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일하는 엄마들의 죄책감이 불러일으킨 전업엄마들을 향한 분노였을까, 내가 내 아이를 키우는데 긴급 돌봄을 보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전업엄마들의 워킹맘들을 향한 너나 잘하라는 분노였을까. 댓글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참 마음이 씁쓸했다.

사실 우리는 모두가 힘들다. 전업엄마들은 정말 내 뜻대로 거의 따라주지 않는 아이를 온종일 상대하느라 진이 빠지고, 일하는 엄마들은 몸은 회사에 마음은 아이에게 두고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한 듯이 하루하루를 정말 치열하게 보낸다. 누가 더 힘들다고 판단할 수 없다. 그냥 다 힘들다. 사실 내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지치는데 미세먼지에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엄마들의 어깨는 땅에 내려앉을 지경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도 힘든 현실이다. 엄마들을 향한 세상의 시선은 한없이 차갑기 때문이다. 전업엄마가 힘들다고 하면 집에서 애 보는 게 뭐가 힘드냐는 타박이 돌아오고, 일하는 엄마가 힘들다고 하면 그렇게 징징댈 거면 때려치우라고, 몇 푼이나 번다고 애를 남의 손에 맡기고 꾸역꾸역 나가냐는 구박이 돌아온다. 게다가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위를 돌아보면 노키즈존이 수두룩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다.

도대체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우리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시대는 변했지만 아직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논리는 엄마들의 발목을 굳세게 잡고 있고, 아직도 육아휴직 비율은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높다. 이러한 현실이 당장 이상적으로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 역시도 알고 있다. 그저 엄마들이 힘들다 하면 “너만 애 키우냐?”가 아니라 “한참 힘들 시기야, 그래도 다 지나간다.”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너그러움이 허용되길 소망한다.

더불어 전업주부가 긴급 돌봄을 보내고, 일하는 엄마가 겨우 100일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복직을 한다고 당사자인 우리가 나서서 서로를 욕하기보다는,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그 위에 세워온 가치관이 다르며 각각의 사정 또한 속속들이 알 수 없으니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 주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아이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추위에 바깥에서 배회하게 만드는 비정상적인 엄마가 아닌 이상 저런 불가피한 선택에 가장 마음 아파하는 건 바로 그들 자신일 테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도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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