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재정 건전성 고려할 때다
재난지원금, 재정 건전성 고려할 때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2.08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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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경기도가 도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 1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전국의 자치단체가 술렁이고 있다. 경기도를 제외한 자치단체장들은 드러내진 못해도 도민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경기도의 결정에 이어 지난 6일 창녕군도 군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한 번도 재난지원금을 보편 지원하지 않은 충북은 선별지원으로 발표하면서 도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지만,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은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의 발 빠른 움직임과는 달리,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보편복지를 택할지, 아니면 선별적인 계층만 지급하는 방식을 택할지를 두고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이런 고민에는 보편이냐, 심사를 통한 선별이냐를 두고 정당과 정부부처 간 이견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에 무게를 두고 당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늦지 않을 만큼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방역으로 피해본 소상공인들에게 신속히 지원될 수 있도록 추경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지급 방식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서민들의 경기악화와 오는 4월 치를 보궐선거를 고려해 당 차원에선 보편 지급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에 대해 `지지지지'(知止止止)란 말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침을 알아 그칠 때 그친다'는 이 말은 보편 지급에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국가재정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국가의 채무나 재정 건전성 문제를 고려해 선별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러한 여당과 정부의 입장 차에는 예산이 가장 문제다. 여당의 계산대로 4차 재난지원금을 보편지급할 경우 그 규모는 20조~3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지급한 재난지원금 32조4000억원과 맞먹는 예산이다. 이미 소진된 국가 곳간에 부족한 예산을 채우기 위해선 국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형편이다.

결국,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게 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도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릴수록 스태그플레이션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 불황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상승까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 현상은 걷잡을 수 없게 돼 최악의 경제상황과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이는 선별지급에 당위성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으면서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난지원금 지원 문제를 두고 당과 정부간 갈등 양상이 빚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갈등 봉합에 나섰다. 8일 문 대통령은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충분한 위기극복 방안을 강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재난지원금으로 빚어질 물가상승은 전 세계가 경기악화로 지원금을 풀면서 겪는 공통된 사안이다.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물가가 치솟을 경우 그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지원은 하되, 꼭 필요한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금은 개인과 국가를 모두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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