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1년
오늘과 1년
  •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1.02.0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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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2021년은 유난히 소리 없이 시작된 느낌이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보신각 주변으로 밀려드는 인파도 없었고, 소중한 인연들과 한 해를 보내는 모임도, 희망과 성공을 다짐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신년회도 없었다. 소리 없는 고통 속에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다시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이 2020년을 잃어버린 한 해라 표현한다. 어쩌면 우리는 잃어버린 2020년에 이어 2021년 역시 상당기간 고통과 인내 속에서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또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하루를 산다. 예전에 보았던 어떤 `아저씨'의 대사가 생각나는 말이지만, 우리는 결국 오늘을 산다. 더 깊게 들어가면 순간을 살고 있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삶은 하루이다. 버릇처럼 말하는 긴 고통의 시간이라지만 돌아보았을 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지 눈을 뜨면 하루가 내게 놓여 있고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삶을 채우는 소중한 퍼즐 한 조각인 것이다.

우리는 한 해를 시작할 때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당연히 치러야 하는 의식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하루를 사는데 1년을 계획하고 시작하니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1년을 하루처럼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계획을 수월하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이 시작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미 실패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포기하고 잊어버릴 필요는 없다.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꼭 한 해를 계획하고 살고 싶다면 우리는 설날이 새해이니 그때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또 실패할 것이다. 실패라고 생각하지 말자. 잠깐 쉬는 것이다. 실패했다고 생각이 들 때 다시 계획을 시작하면 된다.

기왕이면 하루를 계획하고 하루를 살자. 1년의 계획은 방향성이고 목표이면 된다. 목표에 꼭 도달할 필요는 없다. 목표를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가고 있고, 방향이 맞다면 결국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눈을 뜨는 순간이 시작이니 그때 계획을 생각하고 눈을 감을 때에 그 계획을 이행했는지 점검하면 된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면 훌륭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계획은 잊어버릴까 걱정이 되어 세우는 것이다. 하루쯤 잊어버렸다 해서 무슨 큰일이 나지 않는다. 다시 기억하면 되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삶이다. 하루를 살고, 다시 하루를 사는 것이 삶이다. 계획이든 꿈이든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고 밀도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희망이다. 생각했던 대로 살고, 잊었다가도 다시 생각한 대로 살려고 하는 것이 희망이다.

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께서 말씀하셨다.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육신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죽은 사람이니, 살·도·음(殺盜淫)을 행한 악인이라도 마음만 한 번 돌리면 불보살이 될 수도 있지마는,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그 마음이 살아나기 전에는 어찌할 능력이 없나니라. 그러므로, 불보살들은 모든 중생에게 큰 희망을 열어 주실 원력(願力)을 세우시고, 세세 생생 끊임 없이 노력하시나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없다면 부처도 어쩔 수가 없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은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는 일이다. 마음 한 번 먹으면 시작이고 희망이다. 코로나 블루가 만연한 요즘이다. 마음공부 잘하여서 새 세상의 주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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