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혜(戒定慧) 삼학
계정혜(戒定慧) 삼학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2.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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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불교의 가르침은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수천 갈래 길로 뻗어나갔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피해갈 수 없는 탐진치(貪嗔痴)라는 세 가지의 독에 대한 특효약을 꼽는다면, 단연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이다. 탐진치 삼독 중에 탐(貪)은 탐욕을 말한다. 진(嗔)은 성냄을 의미하고, 치(痴)는 어리석음을 의미한다. 결국에는 욕심, 성냄, 어리석음이 서로를 자양분 삼으면서 우리의 삶을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들기 때문에 세 가지의 맹독인 삼독이라고 한다. 욕심은 무리수를 두게 하고, 무리수는 현실과 동떨어짐에 따라 실패하고, 실패는 화를 부르며, 화가 나면 점점 어리석어지면서 더 큰 욕심을 부리게 된다.

이와 같은 탐진치 삼독이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백신이 삼학(三學)으로, 그 첫 번째인 계(戒)는 자신을 탐진치 속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드는 일 자체를 멀리하고 끊는 것으로, 계율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계율을 지킨다는 것은 기성 종교들이 강조하는 도둑질 하지 말고,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등등도 유의미하지만, 더 효과 만점의 계율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면서 냉정하게 판단해, 자신의 삶을 피폐화시키고 불행하게 만드는 습관들을 단호하게 끊는 것이 살아 숨 쉬는 참다운 계율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떤 사람은 술을 끊는 것이, 어떤 사람은 불필요하게 늦잠 자는 것을, 어떤 사람은 과식하는 것을, 어떤 사람은 도박 습관을 단호하게 끊어내는 것이 바로 참다운 계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교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계율을 지키는 것을, 유교의 대표적 경전인 대학에서도 `知止而以後有定(지지이이후유정)'즉 그침을 안 연후에 심신이 안정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온갖 나쁜 습관에 오염돼 있는 업식(業識) 덩어리인 `에고'가 굳건하게 계율을 지킨다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만 않다는 것이 문제다. 담배를 끊어야 건강이 회복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담배를 끊는 일이 쉽지만 않다. 그래서 들뜨고, 흩어지고, 탁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으고 맑히는 수행을 통해 고요한 정(定)의 힘을 키우라는 것이 삼학의 두 번째 항목이다. 그리고 출렁이는 물결처럼 날뛰는 탐진치의 마음이, 정을 닦음으로써 바람이 잔잔해짐에 따라 호수의 고요한 표면처럼 흔들림이 없게 되면, 주변을 있는 그대로 비출 수 있는 지혜가 발현됨은 당연하다.

욕심에 따른 오판이 실패를 부르고, 실패함에 따라 화가 나고, 화가 난 마음은 점점 어리석어지면서 더 큰 욕심을 부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탐진치 삼독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일을 그치는 계행(戒行)을 통해 마음이 고요한 정(定)의 상태가 굳건해지고, 정을 통해 목전의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가 발현되는데, 이것이 바로 탐진치 삼독이란 지독한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불교 수행의 핵심 골수인 계정혜 삼학이다. 이글과 인연이 닿는 독자들께서, 지난 3일 입춘을 기해 경자년 쥐띠 해가 가고 신축년 소띠 해가 옴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새해가 시작된 마당에,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보며 반드시 끊어야 하는 자신의 악습관 다섯 가지 정도를 스스로 체크 한 뒤, 철저한 자발적 계행(戒行)을 실천함으로써, 보다 성공적이고 행복한 2021년 신축년을 보내시길 간절히 서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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