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정치화되어선 안 된다
예술이 정치화되어선 안 된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2.01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이승훈 충북도 문화재팀 학예연구사
연지민 부국장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지역예술계가 시끌시끌하다. 지난달 29일 청주예총 현 회장이 전임 회장과 사무국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현 회장은 전 회장이 법인통장을 총회 결산 없이 발전자문위원회가 사용하도록 하고 내역을 회계에서 누락시켰다고 주장하고, 전 회장은 임의단체 성격으로 운영된 회비라 총회에 보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마다 속속들이 다 알 수 없지만 작은 일로 생긴 오해가 눈덩이처럼 커져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지경까지 내몰렸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돈 문제가 얽혀 있는 사안이라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역 예술인들 간의 묵은 갈등이 고소와 고발로 이어지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이번 일로 지역예술인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었지만 이는 오래전부터 예고된 사안이다. 호선제였던 자리가 선출제가 되면서 더 큰 갈등이 생겨났고 지역이란 좁은 울타리 속에서 제때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누적되면서 눌려 있던 현실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터져 나온 것이다. 광역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번 고소·고발 건도 한두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이거나 청주예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지역예술계에서 경선제가 자리 잡은 것은 불과 10여 년 안팎이다. 전통적으로 예술계의 단체장이나 협회장 자리는 회원들이 덕망있는 사람을 추천해 앉혔다. 연륜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회원들의 화합을 위해 봉사하는 구조로 단체가 운영되었다.

하지만 이런 전통은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점차 경선 분위기로 바뀌었고 예술이 자리가 되고 소권력이 되면서 갈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왔다. 여기에 21세기 문화산업이라는 시대의 흐름과 자본의 경향은 지역예술계와 예술인들 사이를 분열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잊을 만 하면 전국에서 회장 선출과 관련해 잡음이 이어진 것도 그런 이유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예술과 예술인이 선거를 통해 파벌만 난무해지고 정치화된 것이다.

이런 예술계 현실을 반영하듯 단체들의 위상도 작아지고 있다. 대부분 예술단체들이 노령화를 걱정할 정도로 젊은 예술인들의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끼리 문화를 경계해야 할 예술인들이 높이 울타리를 치고 있는 것도 단체 활동을 꺼리는 이유다. 회원의 권익을 보호해주는 단체임에도 가입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기존 단체들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고인 물처럼 예술도 고이면 섞는다. 무엇보다 지역예술계가 정치화되는 분위기 속에선 훌륭한 예술적 토대를 지녔다 해도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문학적으로 위대한 평가를 받는 서정주 시인의 작품이 사후에도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정치화된 그의 행보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예술정신이 변하거나 사라진다면 예술의 가치도 인정받을 수 없다.

톨스토이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예술은 오직 인류애를 위한 것이며 아름다움과 쾌락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면 예술도 의미나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로 다가온다.

정신은 그 지역을 부각시키는 힘이다. 예술정신으로 치열하게 나가는 예술은 타인과의 싸움이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다. 지역을 말하고 예술을 말하기 이전에 `우리는 왜 예술을 하는가'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