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팩트풀니스
  •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2.0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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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대학생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친한 친구들과는 시간이 맞질 않고 혼자 훌쩍 떠나기엔 겁이 났다. 인터넷 카페에서 동반자를 구해야만 했다.

서울에서 만나 일종의 서로 간 면접이 시작됐다.

상대방과 나는 얼굴을 살피고 말씨를 새겨들었다. 반나절의 시간을 보내면서 계속 저울질한다. 한 달여의 시간을 같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지는 길에 그 친구는 말했다.

“너 커피숍에 들어올 때 너랑은 함께 못 가겠다 생각했어. 표정없는 얼굴에, 눈빛도 알 수 없어서. 근데 첫인상은 맞지 않는 거 같아. 너랑 가면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

그 친구의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나는 애써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나름의 첫인상을 좋게 만들려 노력했다. 그 녀석의 이야기는 내가 타인을 처음 만날 때에도 여전히 귓가에 들린다. 첫인상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고 말이다.

도서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저, 김영사·2019)는 첫인상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인간의 10가지 본능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건, 시대, 역사, 나라 등을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10가지의 색안경에 맞춰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상위 0.1%와 하위 1%의 삶만이 언론에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지구의 절반이 굶주림에 시달린다고 생각한다. 또한 매 사건 중간의 입장과 중간의 소득을 가지고 살면서도 우리는 곧잘 양극단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이해한다.

이 밖에도 우리는 쉽게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한가지의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며, 희박한 가능성의 공포(테러, 비행기 사고 등)에 떨고 있다.

뉴스를 보면 세상은 늘 어둡고 위험하며 비참하다.

내가 밥 먹고 편히 쉬는 이 시간에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은 기아에 허덕이고 전염병에 죽고 있으며, 북극의 빙하는 갈수록 녹아 지구의 온도는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는 갈수록 위험한 곳이 되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수많은 오류를 바로잡고 있다.

우리에게 소수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수를 봐야 하며 나쁜 소식을 예상하고, 차근차근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10가지 왜곡본능을 제거하고 바라본 우리 사회는 생각보다 살기 좋은 세상에 살고 있으며 조금씩 더 살기 좋은 사회로 되어 가고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사회를 얼마나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를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핑크빛으로 우리 사회는 살기 좋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세상을 바로 보는 시각은 결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한 10가지의 왜곡본능을 기억하고 바르게 바라보는 것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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