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글 읽는 소리 들리는 듯
선비의 글 읽는 소리 들리는 듯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1.28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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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그곳에 가다-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
옥천 이지당
영재 모아 학문 가르치던 서당
높이 달리한 두개의 누각 백미

 

겨울 적막이 가득한 산허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이지당(二止堂).

좁은 산길을 지키는 아름드리나무를 지나 입구에 서면

방금 비질한 듯 말끔하게 정돈된 마당이 마중 나옵니다.

몇백 년 묵은 세월에 단단한 골격만 남아있는 한옥은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이 정갈한 모습입니다.

색을 입지 않아선지 백자의 단아한 품격도 느껴지고,

쉬이 곁을 내주지 않는 선비 같은 강단도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멋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원기둥의 곡선과 창살의 직선, 살짝 올라간 지붕까지

곳곳의 어느 하나도 멋스럽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지당의 백미는 높이를 달리한 두 개의 누각입니다.

일자형 본채를 두 손으로 감싼 듯 양끝에 서 있는 누각은

담박하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뽐냅니다.

한때 옥천 지방의 영재를 모아 학문을 가르치던 서당은

산천이 갈 빛으로 물들 때 덩달아 갈 빛으로 물드나 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오랜 세월 자연에 녹아든 서당은

옛 선비의 글 읽는 소리도 개울물로 흐릅니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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