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조건
성공의 조건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1.2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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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노력하면 언제가는 볕 뜰 날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볕도 없는 사람에게는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다.

물론 있는 사람에게는 노력도 필요 없다. 과정 역시 필요치 않다.

부모 잘 만나면 없는 볕도 만들어주고 남의 것도 가져다 호주머니에 넣어준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노력과 열정을 강요한 적도 있다.

요즘은 어떤가. 결과만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덮어버리면 그만이다.

권력을 쥐면 재산 누락도, 세금 탈루, 불법 증여도 사과 한마디면 문제 삼지 않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10여 가지의 의혹을 제기하며 까도 까도 비리가 나온다며 썩은 양파라고 비난하고 나선 반면 같은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어떤 의혹도 결격을 논할 정도로 위법하고 부당한 것은 없다며 정치 공세로 일축해 버렸다. 당사자인 박 후보자는 재산 신고 누락에 대해 자신의 불찰이라며 사과했지만 딱 거기까지다.

입시 비리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문제도 그렇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조 모씨가 제출한 표창장이 위조됐고 자기소개서 내용이 부풀렸다는 혐의가 1심 재판에서 인정돼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지난달 1심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최근 의사국가고시에 조씨가 최종 합격하면서 그녀의 의사자격 여부를 놓고 정치권, 의료계 여론이 분열돼 시끄럽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지난 25일 성명을 발표하고 부산대학교에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모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최근 부산대가 조씨의 모친 정경심 교수에 대한 형사재판 확정까지 입학취소 결정을 유보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입시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뿌리째 훼손하는 행위”라며 “부산대 스스로 교육기관으로서의 존립 당위성을 부정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의 편에 서서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산대 총장의 잘못된 판단을 무조건 쫓아 이마저 하지 아니한다면 부산대는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고, 대한민국의 수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과는 과정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올바른 과정에 담긴 가치를 훼손하고 얻은 결과를 성공한 삶이라고 추켜세워서도 안된다. 그러나 세상은 어차피 공평하지 않다. 힘 있는 자만 본다.

그래서 비빌 언덕이 없는 청춘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뒷받침돼야 할 조건 1위에 `부모의 재력'이 꼽혔다.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2040세대 성인 남녀 3882명을 대상으로 `성공의 조건'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위가 경제적 뒷받침, 부모의 재력(29.5%)이었다. 이어 개인역량(22.7%), 성실성(15.0%), 인맥 및 대인관계 능력(10.9%), 학벌 및 출신학교(7.7%) 순이었다. 2040세대가 생각하는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응답 1위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는 삶이었다.

문제는 2040세대는 부모 세대에 비해 자신의 성공을 비관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42.8%는 부모 세대에 비해 성공의 문이 닫혀 있다고 밝혔다. 부모 세대에 비해 지금이 성공의 기회가 적다고 여기는 이유로는 과거에 비해 너무 심각한 구직난, 취업난(47.2%), 높은 집값 등 멀어진 내 집 마련의 기회(45.8%), 심각해진 계층 갈등(41.3%), 개인의 노력보다 타고난 배경, 부모의 영향력 증가(41.1%)를 꼽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공염불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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