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무엇일까?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전시체험부장
  • 승인 2021.01.20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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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전시체험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전시체험부장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의 일이다. 날이 추워지기에 따뜻한 옹심이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식당에 들어서니 저기 저쪽에서는 두 사람이 식사 중이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며 추위를 녹이고 있을 무렵, 60대로 보이는 두 남자분이 식당으로 들어선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얼마나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지 식당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의 고개가 통화 중인 남자 쪽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누군가와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장소를 못 찾고 있다는 사실까지 다 알아버릴 정도로 큰 목소리다. 긁히는 듯한 갈라진 목소리가 크게 들리기까지 하니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눈초리가 사납다. 그런데 정작 그 남자는 자신의 소리가 얼마나 듣기 싫고 큰지 모르는 기색이다. 아, 저런! 난청이신가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거칠고 긁히는 큰 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우리 인간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리는 도대체 어떤 소리일까? 가장 시끄러운 소리가 가장 듣기 싫은 소리 맞을까?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dB(데시벨) 단위로 표현해 보자. 속삭이는 소리는 20dB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소리는 40~60dB이다. 여름철 귓가에 들리는 매미의 소리는 70~80dB이고, 지하철이나 자동차의 소음은 80~90dB이다. 난청을 일으키는 소음은 90dB 정도가 된다. 오토바이가 휙 지나가며 내는 소음은 약 100dB이고, 앰뷸런스가 지나가며 내는 소음은 120dB이다. 이 120dB이 바로 사람이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하는 소리의 크기이다. 전동 드릴의 소음은 130~150dB이다.

기록에 의하면 발사대에서 발사되어 우주로 쏘아지는 로켓의 소음이 170dB이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소리였다.

그런데 사실 가장 시끄러운 소리가 가장 듣기 싫은 소리인 것은 아니다.

2012년 영국의 뉴캐슬대학 그리피스 교수는 지원자들에게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뇌 측두엽에서 청각을 담당한 피질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찾아냈다. 이 연구에 의하면 병을 칼로 긁는 소리, 유리잔을 포크로 긁는 소리, 칠판을 못이나 손톱으로 긁는 소리, 여자의 비명소리, 아기의 울음소리, 전동 드릴 소리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소리이다. 이처럼 듣기 싫어하는 소리의 특징을 분석해본 결과 약 2,000~5000Hz 범위에 있는 소리는 모두 불쾌하게 생각했다. 왜 이 범위에서 가장 민감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있지만, 이 범위에 포함되는 소리에 대해 가장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또한 영국 샐퍼드대학의 음향공학 연구팀에서는 웹사이트를 활용해 듣기 싫은 소리를 찾는 설문조사 기법의 연구를 진행했는데, 16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놀랍게도 치과 드릴 소리, 손톱으로 칠판 긁기 등등을 제치고 구토하는 소리가 1위로 선정됐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뇌의 감정적인 부분과 청각적인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얻어진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 엄마의 잔소리가 그렇게 싫었는데, 어느새 듣기 싫었던 그 잔소리를 그리워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지구촌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무엇일까? 요즘 같아서는 “코로나19, 아웃!!”이 아닐까? 개인적인 소망을 곁들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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