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
있을 때 잘해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1.01.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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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민초들의 삶이 참 고단합니다. 코로나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추위까지 극성을 부리니 죽을 맛입니다. 다 같이 겪는 시대의 아픔이고 불행이기는 하지만 생계가 막막해진 민초들의 한숨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어찌하여 조물주는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그저 바라보고만 계시는지, 아니 그런 시련을 주시고도 모른척하고 계시는지 야속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현실을 감내하고 극복할 수밖에요.

북극의 찬 공기가 밀려와 예년보다 추위가 매섭긴 해도 까짓 추위야 옷을 껴입거나 운동을 하면 누구나 능히 물리칠 수 있지요. 하지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인명을 살상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코로 냄새를 맡을 수도 없어 딱히 물리칠 방도가 없으니 방역당국이 하라는 대로 따르는 게 상책입니다.

그래요. 그 못된 코로나에 이미 세계인구의 1%(100명 중 1명꼴)가 영문도 모른 채 감염되어 모진 고초를 겪었고 그 중 2백만이 넘는 고귀한 인명이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코로나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백신접종을 받을 때까지, 따뜻한 봄날이 올 때까지 무탈하게 생업을 영위하느냐, 재수 없게 코로나에 걸려들어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서느냐 입니다. 개인도 처신을 잘해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잘해야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존립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생계 보호에 있음이니 국민들이 시간과의 사투에서 승자가 될 수 있도록 방역과 백신접종과 생계지원 등을 적기에 효율적으로 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탈 코로나 시대를 열면 국민들에게 신망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것인즉.

각설하고 지난 16일은 어머님 기일이었습니다. 토요일이고 해서 예년 같으면 경향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칠남매(아들 다섯, 딸 둘)가 한자리에 모여 어머님 제사를 지내고 뒤풀이를 시끌벅적하게 했을 터인데 이번에는 청주 사는 넷째 동생과 막내아들 내외와 조촐하게 지냈습니다.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령도 있고 해서 동생들은 물론 손주들이 탈 날까 봐 맏아들 내외도 오지 말라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변변한 효도 한 번 하지 못하고 여윈 죄스러움 때문인지 절을 하고 술잔을 올리는데 속울음이 따라 올라옵니다. 그런 못난 아들에게 영정사진 속 부모님은 `괜찮다. 너희들이 무탈해야 편한 법이다. 내 걱정 말고 잘 살아라.' 하십니다.

부끄럽습니다. 살아생전에 잘 모셨어야 하는데 사후에 제사 잘 지내는 게 무슨 소용인가 라는 자괴감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음덕을 기려야 마음이 편하니 불효의 아이러니입니다.

이번에도 수고는 아내 몫이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맏며느리로 시집온 아내는 번거롭고 잡다한 제사와 차례 준비를 한 번도 싫은 내색 없이 해낸 어진 여자입니다.

참석자가 많든 적든 제사상에 올리는 제물과 수발은 별반 다를 게 없는지라 수고했다는 남편의 공치사에 허리가 아프다 하면서도 막내며느리가 거들어서 덜 힘들었다고 안심시킵니다. 그런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 마음이 짠했습니다.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님 마음을 안다고 했지요. 허나 부모님 마음을 알만 하면 하여 늦게나마 효도할 요량이면 부모님은 떠나고 없으니 오호통재이고 후회막급입니다. 그러니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랫말처럼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친구와 이웃과 직장동료와 선후배들에게도.

있을 때 잘못하면 남는 건 상처와 후회뿐입니다. 분명 내일 다시 해가 뜨지만 누구에게나 내일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건강할 때 건강을 다져야 하고, 사랑할 때 원 없이 사랑해야 합니다.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돈도, 힘도, 권력도, 지금 우리도.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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