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세발 4
조주세발 4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1.01.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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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塵勞逈脫事非常 (진로형탈사비상) 생사 해탈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니
緊把繩頭做一場 (긴파승두주일장) 화두를 굳게 잡고 힘껏 애쓸지어다.
不是一番寒徹骨 (불시일번한철골) 그대 아직 차가움이 뼛속 깊이 사무치지 않았다면
爭得梅花撲鼻香 (쟁득매화박비향) 어찌 매화꽃 짙은 향기를 얻겠는가?

반갑습니다.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따끈하게 물을 데워 족욕을 하고 나니 한겨울 한파에 쌓인 피로와 추위가 금세 말끔하게 달아나고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이 시간에 살펴볼 공안은 제법실상형 공안으로 무문관 제7칙 조주세발(趙州洗鉢) 4입니다.

이 몸뚱이를 나라고 인식하는 마음은 나라는 개체의식의 소멸을 가장 두려워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몸으로 볼 때의 나는 나의 존재성을 유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기는 물질을 욕망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요. 현대의 물질문명 속에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자신의 고통과 미래의 두려움을 잊기 위해 자꾸만 물질과 쾌락을 추구하게 되고 부조리하게도 그 대가로 따라다니는 고통의 악순환을 다시 윤회하게 됩니다.

모든 사람들은 날마다 그저 똑같은 세계를 살아간다고 여기지만 각 개개인은 각자의 마음이 창조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과 누군가는 사랑 그 자체가 하나로 됩니다. 그러다가 사랑이 점차로 식어 그들은 서로를 다른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는데요. 그리고는 더 나아가 이 사랑이 끝나게 될 때 두 사람은 아주 타인이 되고 만다는 말입니다.

이 사랑이 미움이 되어 심한 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두 사람은 적이나 원수가 되어 버리고 같은 사람인데 어떨 때는 아름다운 사랑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적이나 원수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된 까닭은 서로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각자의 마음이라는 필름으로 세상을 인식하기 때문인 것이지요.

깨우친 사람들이 공통된 관점으로 입을 모아 설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직접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만은 곧바로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신비하게도 이 마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게 된다는 겁니다.

다음 시간에는 차나 한 잔 하시고 무문관 제7칙 조주세발(趙州洗鉢) 5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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