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예술의 쓰임
진정한 예술의 쓰임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1.01.13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이미 60년 전 현대 예술가들은 오늘의 상황을 예견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포스트 팬데믹을 맞이해야 할 지금, 미디어아티스트인 필자가 존경하는 백남준 작가가 1960년대 플럭서스 예술혁명을 이끌 당시 동료 예술가이자 시인인 앨런 긴즈버그의 시 `너무 많은 것들'이 지금의 복잡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너무 많은 철학, 너무 많은 주장,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공간, 너무나 부족한 나무, 너무 많은 경찰, 너무 많은 컴퓨터, 너무 많은 가전제품, 너무 많은 돼지고기, 회색 슬레이트 지붕들 아래, 너무 많은 커피, 너무 많은 담배 연기, 너무 많은 종교… 지하철에 탄 너무 많은, 피곤한 얼굴들,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사과나무… 너무 많은 살인, 너무 많은 학생 폭력, 너무 많은 돈, 너무 많은 가난… 너무 많은 헛소리,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침묵.”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 10주기 기념전에서 접하게 된 앨런 긴즈버그의 시는 지금의 팬데믹 상황에서 한 번은 곱씹으며 읽어 봐야 할 시라는 생각이 든다.

첨단 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자연 위에 있는 것 같이 기고만장했지만 결국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무릎 꿇는 자연에 속한 연약한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리고 물질만능주의가 결국 우리를 자연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현대 예술가들은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경고했다.

다음은 백남준 작가의 플럭서스 예술혁명 당시 글 내용 중 한 구절이다.

“내가 만든 텔레비전은 항상 재미있는 것도 아니지만 항상 재미없는 것도 아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자연이 항상 아름답게 변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변하기 때문인 것처럼. 내 텔레비전에서 질(quality)이란 말은 가치(value)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개성(character)을 의미한다. A가 B와 다르다는 것이 A가 B보다 낫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빨간 사과가 필요하지만, 가끔 빨간 입술도 필요하다.”

당시 플럭서스 예술혁명이 추구한 것은 예술을 한다고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로부터 이탈한 예술가의 행동은 모든 의미를 잃게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사회에 기능하지 않는 상품으로서의 예술품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60여 년이 지난 후, 2021년 1월 12일 세계를 주도하는 혁신과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21이 사상 최초 전체 디지털로 진행되며 전 세계에 진정한 미디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막을 올렸다.

팬데믹으로 지구상 많은 사람이 집에 머무르고 기술에 의존하며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하루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번 CES 2021 기조연설 중 필자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버라이존의 5G 기술활용 분야였다. 버라이존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례로 보는 몰입형 예술 경험구현과 박물관 경험 확장을 통해 유물·예술 작품을 AR 증강현실기술로 재구현하고, 5G망을 통해 미국 전역의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를 언급했으며 이를 통해 전 국민의 예술교육격차를 5G로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었다. 5G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통째로 집 안으로 또는 내 손안으로 가져올 수 있게 한다. 즉 새로운 예술교육 방식의 탄생을 발표했다. 이처럼 변화된 세상에서 예술가는 예술작품의 기능과 가치를 스스로 자문하며 1960년대 플럭서스 예술혁명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처럼 포스트 팬데믹을 생각하며 현시대와 호흡할 수 있는 진정한 예술의 쓰임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