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에는
2021년 새해에는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1.0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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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其所不欲(기소불욕) 勿施於人(물시어인)이란 말이 있다. 자신이 바라지 않고 원하지 않는 일이나 당해서 싫은 일을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대신해 감당해 주기를 바라거나,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의미의 공자님 말씀이다. 자신이 원치 않고 당해서 싫은 일을 주변의 누군가 대신해 준다면, 자기 자신은 그만큼 힘들지 않고 편안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도 원하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을 다른 누군가라고 해서 하기 좋을 리는 절대 없다. 실상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자신이 원하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을 주변의 타인에게 교묘하게 떠넘기거나 심지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은근히 강요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심부름센터처럼, 자신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달라며, 일정한 비용을 내지도 않은 채 말이다.

문제는 `기소불욕 물시어인'처럼 아무리 좋은 가르침일지라도 세포 하나하나 속에 녹이지 않으면, 지행합일(知行合一)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행합일이 되지 않는 가르침은 결코 허기진 배를 채워주지 못하는 그림에 떡처럼 별무신통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란 가르침을 건조하게 머리로 이해하고 그럴듯한 지식을 하나 늘리는 데 그치면, 얼마든지 오남용하고 악용할 수도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만물의 영장으로, 마음먹기에 따라서 천하의 보검도 타인을 해치는 살인도(殺人刀)로 전락시킬 수 있고, 녹슨 칼도 자신을 살리는 활인검으로 선용할 수 있는 권능을 지닌 신령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란 말을 단지 지식으로 기억한다면, 자기 자신이 공자님의 가르침을 잘 아는 지식인임을 과시하면서, 누군가를 지적하거나 꾸짖는 도구로 전락시키며 오남용 하기 쉽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란 말과 함께, 나와 상대의 입을 바꿔서 생각해 보는 `易地思之(역지사지)'란 고인의 가르침을 함께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아가 손과 발이 각각 별개면서도, 더 큰 차원에서는 한몸이듯이, 나와 상대방도 둘이면서 더 큰 맥락에서는 한몸이란 사실도 깊이 통찰해 보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그러면 겨울 산행 중 왼쪽 장갑을 잃어버린 탓에 왼손이 꽁꽁 얼어가고 있다면, 그 즉시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 어떤 조건도 걸지 않고, 오른손에 낀 장갑을 벗어 꽁꽁 언 왼손에 낄 줄 알게 된다. 그 어떤 손익 계산을 위한 주판알을 튕길 필요도 없이, 아무런 대가를 바라는 마음 없이 절로 절로 그렇게 하는 것은, 왼손과 오른손이 각각 별개면서도, 손의 차원을 넘어 더 큰 몸의 차원에선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나이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도와주었고, 누가 누구의 도움을 받았느니 따질 필요도 없다.

이 글과 인연이 닿는 모든 이들이 새해엔 자기 자신을 위해 타인을 수단 시 하면서 이용하는 일이 없기를, 손과 발이 별개면서도 한몸이듯 너와 나도 둘이면서 하나인 운명 공동체란 사실을 자명하게 이해하고 서로를 살리는 상생(相生)의 삶을 누리기를, 그래서 공자님께서 강조하셨던 다 함께 살기 좋은 대동사회(大同社會)가 이 땅에 건설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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