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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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1.01.0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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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매일 복용하는 약에서 눈길이 멎는다. 그동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던 터인데 오늘따라 기분이 다르다. 작은 하트모양의 알약이 건강을 지켜주는 것에서부터 목으로 넘기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담고 있었다. 어찌 이런 발상이었을까. 붉은 심장을 연상케 하는 모습에서 마치 누군가가 기도로 빌고 있는 것만 같아서였다.

배려를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주변에서 지나칠만한 것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상업적인 것에서부터 흔하게 용도로 쓰일 만큼 많은 물건과 시설들이 대부분 배려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더욱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불편하지 않도록, 위험하지 않도록 만들어졌거나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온통 세상은 그랬다. 그 가운데서 우리는 살고 있으며 모든 것을 누린다는 사실을 잠깐 동안 기억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갑자기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고마워졌다. 서로서로 배려가 지속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면서 우선 나부터 무엇에든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에 이르기를 마음먹는다. 가슴 한 자락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배려 속에는 진심이 스미어야 한다. 지나칠 만큼 소소한 사건일지언정 살다보면 흔히 접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운전을 하면서다. 좁은 길을 가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어지간해서는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가까이서 그 소리에 놀랄까봐 그렇다. 그런 연유로 남편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 내 딴에는 그것도 작은 배려라 생각하기에 아주 급한 상황에서만 사용을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배려를 충분히 받으며 살고 있지 싶다.

가장 가까운 가족 간에도 배려는 언제나 필요하다. 너무 편하게 여기는 탓에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주의를 고집하다 보면 마찰이 일어나기가 쉽다. 오랜 습관을 벗어내지 못한 일들로 인해 고역에 이르기도 하지만 나이 탓인지 이제는 차츰 무디어 가는 편이다. 그렇게 지내오다 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너그러워지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기도 하며 아예 눈멀고 귀먹은 것처럼, 가끔은 바보처럼 되기도 한다.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관대해지려 애를 쓴다고나 할까.

배려는 마음의 길과도 같다. 훤하게 보이거나 정확한 표시가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저 은은한 여운만 남을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면 안 보게 될 사람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아야 할 부드러운 촉감까지 지녔다. 이런 일들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훈훈한 사회가 될지 생각해 본다. 부끄럽지만 그러나 나에게도 여전히 떠나지 못한 반목과 대립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세상에는 피부로 느낄 수 없을 만큼 숨어 있는 배려들이 무수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지냈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고운마음, 고운손길을 내려놓지 않는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시선도 내 삶의 확장이리라. 더 나아가 사람과 자연까지 공존하는 그런 평화를 충분히 맛보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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