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유치원
당근 유치원
  •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21.01.04 19: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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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매년 연말이 되면 인터넷서점에서 올해의 책을 살펴보게 된다.

K 서점은 `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 저·김영사)이다. 특수청소업자인 작가가 겪은 사람이 죽고 난 후에 집을 정리하는 현장의 이야기를 다뤘다.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방송을 본 기억도 있다. 고독사 현장이나 쓰레기 집 이야기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소설 같은 이야기가 인상 깊던 책이었다.

A 서점의 책은 `김지은입니다'(김지은 저·봄알람)이다. 아직 못 읽은 책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의 일로 겪은 미투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고 한다. Y 서점은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오리여인·수오서재) 책이다. 이것도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렇게 책들을 죽 살펴보니 각 서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취향이 반영된 책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책만큼 개인의 성격이나 취향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서재를 보면서 읽은 책, 읽어봐야 할 책, 그냥 기억만 해 두는 책(못/안 읽을 책)을 구분해 두고 책 목록 작성하는 재미가 있다.

책들을 살펴보다 두 곳의 서점에서 순위권에 올라 있는 안녕달 작가의 `당근 유치원'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 코로나로 한참 우울했던 지난해 5월에 한참 힐링을 가져다준 책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던 아이돌이 인정받아 우쭐한 기분이랄까. 안녕달 작가 만세! 하고 팬심을 담아 외쳐보게 된다.

표지는 토끼 아이들이 곰 선생님과 함께 있는 한 장의 사진 같다. 보라색 꽃이 핀 화단을 배경으로 토끼 아이들이 각각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선생님 옆에서 뭔가 못마땅한 듯 빨간 토끼 아이가 이 글의 주인공이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유치원에 들어서며 시작된다. 다람쥐 원장 선생님이 여우 선생님, 고양이 선생님을 지나 목소리만 크고, 힘만 세고, 율동도 못 하는 곰 선생님 반이 된다. 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유치원에 안 가겠다며 떼를 쓰지만 소용이 없다. 선생님이 내 코끼리를 보고 멋있다고 해 주고, 내 편을 들어주는 모습에 점차 선생님에게 마음을 열고 좋아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이후에 곰 선생님으로 시점이 옮겨진다. 아이들이 돌아간 후에 청소하고, 교구 만들고, 발표회 연습하고 반이 늦어 돌아가던 곰 선생님이 집에 가다가 한숨을 푹 쉬던 장면이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표지 뒷면에 다람쥐 원장 선생님이 화단에 물을 주는 장면까지 너무 좋은 책이다. 그림책은 역시 표지 뒷면까지 잘 봐야 한다.

토끼 아이들이 채소를 먹는데 곰 선생님은 양동이에 물고기로 식사하는 모습도 귀엽다. 곳곳에 아이들의 깨알 같은 이야기가 보이는 책이다. 마침 이 책을 읽었던 때가 코로나가 한창이라 몇몇 학년만 등교하던 시기고, 코로나 공포로 학교가 적막했던 시기였던지라 떠들썩하고 활기찼던 학교가 그리웠을 때 읽었던 책이라 적잖이 위로받은 기억이 났다.

새해에는 다시 이런 떠들썩함이 계속되기를. 비록 힘들고 지쳐서 한숨 좀 쉬더라도 원래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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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2021-01-18 23:26:08
예쁜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