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마스크가 다 어디 갔지?
어? 마스크가 다 어디 갔지?
  •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01.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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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우리 집에는 마스크가 300장 가까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출근을 하려고 마스크를 꺼내는데 순간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분명 마스크 보관함이 꽉 차있었는데 어느새 빈공간이 찬 공간을 넘어서려는 것이 아닌가. 뭐지? 하는 생각과 함께 깨달았다. 벌써 코로나가 우리 일상에 침투한 지 1년이 되었다는 것을. 한 유명가수의 노래 제목처럼 벌써 1년이 훅 지나가버린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일상을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이 더 심해져만 가고 우리는 어느새 마스크와 혼연일체가 된 듯 생활하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학습권도 박탈당한 채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안 다니는 것도 아닌 상태로 등교했다가, 안 했다가 하며 올 한해를 흘려보냈고, 이는 단지 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출근을 했다, 못했다 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될 때마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을 것이고, 일하는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들을 긴급 돌봄에 보내고 출근하면서 많은 회의감을 느꼈을 것이다. 더 심각한 건 작년까지만 해도 밝게 웃으며 인사했던 이웃이었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안 쓰고 있으면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슬며시 피하는 지경까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힘들었고, 지쳤다. 아니, 우리는 아직도 힘들고 지쳐가고 있다. 마스크는 답답하고 갑자기 적응해야 하는 언택트(비대면) 일상도 낯설어서 가끔은 주체되지 않을 정도로 화가나거나 한계치를 넘어선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다 코로나19가 스며든 일상에 주저앉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분명 대부분의 우리는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어 이전의 삶을 되찾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왜 수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코로나는 그 기세가 더 강해져만 가는 것일까?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을 계속해서 뜸들이고 있는 정부 탓을 해야 할까? 아니면 집단감염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특정 종교 탓을 해야 할까? 사실 그 누구에게도 직접적인 원인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상황이 각각 어떻게 다르든, 가치관과 신념이 어떻게 다르든 아무 상관없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전염만 시키면 되지만, 우리는 모든 걸 다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과 나의 입장, 상황, 가치관 그리고 신념까지 모조리 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심각한 상황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 이전과 같이 나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이 옳은지 잠시라도 모두를 위해 양보하고 참아주는 것이 옳은지에 대하여. 집 문을 나서기 전에 냉장고를 한 번 더 열어보고, 올 한해는 나들이 한 번쯤 포기하는 게 어떤지에 대하여. 태어난 지 두 돌도 되지 않는, 마스크 필수 착용 대상자도 아닌데 나가자고 하면 마스크부터 챙기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마스크는 턱스크인지 입스크인지 혹은 손에 걸려만 있지 않은지에 대하여.

몇 주째 학교와 집만 왔다갔다하는 나와 남편,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리고 집에서만 뱅뱅 도는 우리 아이들이 나 역시 짠하고 안쓰럽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이 시간이 정말 허무하게 흐르고 있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참는다. 이미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나 나의 이 인내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인내하는 모든 이들의 노력이 앞으로 다가올 시간은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니까.

우리는 코로나19를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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