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탑동의 ‘양관’을 통해 본 청주의 근대사
청주 탑동의 ‘양관’을 통해 본 청주의 근대사
  •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 승인 2020.12.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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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학생들은 공간적으로 살고 있는 주변 지역의 역사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역사적인 존재로 자각해 간다. 청주의 지역사 중 근대사에서 중요한 한 부분이 기독교의 전파와 선교사의 역할이다. 청주지역의 근대사에서 근대 교육과 근대 의료가 시작된 서양 선교사들의 흔적인 `청주 양관'을 소개하며, 그 역사적 의미를 살펴본다.

충북에 기독교 선교사가 주재하며 본격적인 선교활동이 진행된 것은 1904년 민노아 목사가 처음이다. 언더우드 목사와 함께 서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청주에 온 민노아 목사는 청주 탑동에 6칸짜리 초가집에서 살았다. 1907년부터 주택을 건축하기 시작해 1911년 완공했는데 이 건물이 서양식주거 공간인 양관이다. 현재 청주의 양관은 모두 6개가 있다.

제1호 양관은 솔타우기념관(T.S.Sol tau)(충북유형문화재 제133-1호)이다. 이 건물은 1930년 완공됐는데, 안타깝게도 양관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인에게 매도되었다.

제2호 양관은 부례선 목사 기념 성경학교 (펄디기념관 Jason G. Purdy Memoria Bible lnstitute)(제133-2호)다. 양관 건물 중 가장 늦은 1932년 준공된 이 건물은 표석이 3개 있는데, 좌측에 건축 연대를 알리는 1932가 새겨져 있고, 중앙에는 `부례선긔념성경학교', 오른쪽에는 영문으로 'The Jason G. Purdy Memorial Bible Institute'가 새겨져 있다. 부례선 목사는 1926년에 선교와 농촌봉사활동 중 장티푸스에 감염되어 순직했다. 미국의 친지, 교우들이 그를 추모하며 이 건물을 건립했다. 그리고 이 건물이 6.25사변 때 인민군들의 사무실로 사용된 슬픈 역사가 남아있다.

제3호 양관은 민노아기념관(밀러기념관 F.S.Miller)(제133-3호)이다. 1911년 완공된 이 건물의 주인은 충북 최초의 선교사 민노아 목사가 가족과 함께 일제강점기 내내 살았던 건물이다.

제4호 양관은 1906년 완공된 포사이드 기념관(H.M.Forsyth)(제133-4호)이다. 청주 일신여고 강당 옆의 단층 건물로 현재는 충북기독교역사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을 건축할 때 순교자들이 옥고를 치렀던 청주형무소의 석재를 사용했다.

제5호 양관은 盧斗義기념관(로위기념관 D.S.Lowe)(제133-5호)이다. 1910년 미국 켄터키주의 매클렁 부부가 해외 선교를 꿈꾸다 죽은 두 아들을 기념해 보낸 선교 헌금 800달러를 기반으로 건축했다. 주로 소민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독신 여자선교사들의 거주공간으로 활용했다. 노두의 원장은 1937년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하자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항의하다가 강제로 출국당했다.

제6호 양관은 소민병원(던컨기념관 J.P.Duncan)(제133-6호)이다. 이 건물에 관해서는 다음번 칼럼에서 소개한다.

1970년 기독교 `청주선교부'가 철수하고 그 자리에 일신여자중고등학교가 설립됐다. 학교 운영을 위해 양관의 일부를 이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충청북도문화재관리위원회는 양관 6개 동을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1983년 3월 31일) 보존하기로 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공교육의 시작이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됐고, 그들은 먼 이국땅 동양의 조그마한 나라에 대한 사랑과 관심 때문에 목숨을 걸고 왔다. 당시에는 배를 타고 2~3개월 걸려 오갔던 선교사들의 희생정신에 머리가 숙여진다.

이제 청주에 선교사들이 다 철수하고 건물만 남아있다. 선교 초기 신앙의 선배들이 지녔던 나라와 민족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가 지역 사회 역사의 현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미래 한국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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