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해도 책임지는 사람 없는 청주의료원
잘못해도 책임지는 사람 없는 청주의료원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12.22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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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석재동 부장(취재팀)
석재동 부장(취재팀)

 

`충북도민을 생각하는 청주의료원'

충북도립 청주의료원 홈페이지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주소창에 씌여진 문구다.

그런 청주의료원에서 직원들이 독감 예방백신을 무단으로 외부반출한 혐의로 무더기 검찰에 송치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손병관 원장을 포함해 의사 12명과 간호사 94명 등 병원 주요관계자 106명이나 명단에 포함됐다.

청주의료원은 영리행위를 주목적으로 하는 민간 의료기관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등 비상시에는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 공공의료기관에서 도민들 사이에서 독감 예방백신 대란이 일어났을 당시 조직적으로 독감백신을 빼돌렸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당시 도민들은 독감백신 부족우려에 독감백신을 보유한 의료기관 앞에서 몇 시간을 줄을 서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

충북도민을 생각한다는 청주의료원에서 백신대란 당시 보란듯이 직원과 그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선택을 주저없이 했다. 그것도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가 아닌 집단적으로 말이다. 관행이란다.

수법도 공공의료기관이라는 호칭이 무색했다. 이들은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8일까지 백신 262명분을 무단 반출해 가족과 지인 등에게 접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가족과 지인 등의 주민등록번호로 예진표를 대리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가족 50% 할인 혜택도 적용해 백신을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거인멸의혹도 제기됐다. 폐쇄회로카메라(CCTV)가 직원들에 의한 무단반출이 진행되던 기간 동안 고장 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국회 국정감사와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됐다. 참으로 공교롭다. 하필 CCTV가 그 시기에 고장났다. 마치 영화를 보는듯 하다.

더한 문제는 사정이 이런 데도 누구하나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비위행위가 불거지면 책임자가 나서 대국민 또는 대도민 사과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의료원측은 직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되는 현시점에도 사과의 말 한마디 없다.

이 와중에 손병관 원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9월 1일자로 3년 임기를 새로 시작했다. 지난 2014년 첫 취임한 후 두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도는 그의 어떤 능력을 높게 봤는지 모르겠다.

의료원의 비위행위는 손 원장이 재임하던 지난 2018년에도 벌어졌다. 음료 납품 사업권을 대가로 업자로부터 뇌물 1500만원을 받은 장례식장 직원이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1500만원, 추징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의료원측의 사과나 반성을 담은 문건이나 발표를 본 적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업자가 올해 입찰을 통해 또 다시 의료원 납품권을 따냈다. 복마전도 이런 복마전이 없다.

잘못되고 틀어진 일을 바로잡는 데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은 자아성찰이다. 의료원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한번 무너진 조직기강은 다시 바로 세우기 어렵다.

지금 의료원에 필요한 자세는 도민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그 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조직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게 일의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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