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호수 맞닿아 파래진 화폭
하늘·호수 맞닿아 파래진 화폭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12.17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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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그곳에 가다-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
⑨고요 깃든 대청호반
잠시 발걸음 멈춰보는 시간
한해 끝자락 나를 대면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겨울 대청호는 고요합니다.

12월 추위에 물길도 바람길도 쓸쓸하게 부유합니다.

호수를 따라 길게 이어진 은빛 억새 길을 걷다 보면

하늘과 호수가 맞닿아 파래진 화폭 속에 들게 됩니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빈 의자가 반기고

옆에 듬직한 친구처럼 서 있던 나무가 가지 내어줍니다.

한 해 끝자락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보는 시간,

걸어온 흔적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자문도 하면서

달려오느라 바빴던 나를 거울처럼 비춰 대면해 봅니다.

자연이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침묵에 들듯

내가 내가 되기 위해 가장 솔직해지는 지금을 맞이합니다.

멀리 부드러운 능선이 먹빛으로 내려앉습니다.

풍경도 제 그림자 끌고 저 혼자 깊어갑니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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