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초상화 의미
시대의 초상화 의미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0.12.1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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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리얼돌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매년 발표되는 올해의 작가상은 대한민국 대표 미술상으로 동시대 미학적,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역량 있는 예술가 4명을 선정해 제작 지원과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선정된 4명의 후보 작가들에게는 4000만원의 제작 지원금을, 최종 선정작가에게는 별도로 상금 1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그런데 올해의 작가상 4명의 후보 중 한 명의 작가 작품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섹스돌이라고 불리는 리얼돌을 오브제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리얼돌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과 그 `대체물'을 소비하는 남성 소비자 등을 다룬 작품으로 성적 대상화보다는 인간이 욕망을 위해 인간 같은 소비재를 제작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리얼돌을 직접 설치하지 않고 2시간 반 분량의 장편영화와 사진 및 영상 설치로 이뤄졌다. 여성의당에서는 9일 논평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성 착취를 정당화하는 리얼돌 관련 이미지를 전시한 것은 부적절하며 해당 작가는 올해의 작가상 후보 자격을 박탈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얼돌을 오브제로 사용한 것만으로 여성 혐오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이 된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마다 다양한 반응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작가의 눈을 통해 동시대 예술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논란이 되었을 때 이것을 비판과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하고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논란 후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해당 작품에 대한 입장문을 보았다. `돈으로 인간 대용의 인형을 사고파는 당면 사회적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업이며, 예술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비판과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같은 시대 미술에서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라고 적혀 있다.

2020년 올해의 작가상 심사는 국립현대미술관장 외에 계원예술대교수, 싱가포르비엔날레 예술감독,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 리투아니아 국립미술관 수석 큐레이터가 심사를 맡았다. 즉 선정작품은 한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가 바라보는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작품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초상화이다. 각설하고 380여 년 전 산수화로 초상화를 그린 조선의 화가도 있었다. 조선 화가 이징이 그린 `화개현구장도'이다. 이 그림은 연산군 때 사화로 목숨을 잃은 정여창을 기리는 그림으로 당대 선비들이 마음을 모아 이징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보통은 존경하는 인물을 기리기 위해서는 초상화를 모셔 두기 마련인데 산수화를 그렸다. 1643년 정여창을 기리는 서원인 남계서원의 선비들이 조선 서화계에 발이 넓은 신익성을 찾아가 화가를 추천받고자 했고 이에 신익성은 시간이 지나면 변해버리는 외형의 모습이 아닌 후대에 전할 수 있는 정여창의 정신을 남기고자 했다. 신익성은 정여창이 사랑했던 산천을 바라보며 만물을 품은 산수 속에서 청렴하게 살아가는 사람 사는 세상을 그리는 것이 진정한 정여창을 위한 초상화라 생각했을 것이다. 겉으로 보여진 것 너머에 존재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오직 작가만의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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