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약이랍니다
세월이 약이랍니다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0.12.1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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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단말쓴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1970년대를 풍미했던 대중가요 중에 `세월이 약이겠지요'란 노래가 있었지요.

송대관이 작사하고 신대성이 작곡한 이 노래는 무명가수로 어렵게 살아가던 송대관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보약 같은 노래였죠.

`세월이 약이겠지요 당신의 슬픔을/ 괴롭다 하지 말고 서럽다 울지를 마오/ 세월이 흐르면 사랑의 슬픔도 잊어버린다/ 이 슬픔 모두가 세월이 약이겠지요/ ···· / 세월이 약이랍니다.'

이별과 좌절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위무하는 곡조여서 뭇사람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지만 당시 암울했던 시대상황과 매치되어 공전의 히트를 쳤죠.

거리에는 최루탄과 물대포를 맞아가며 독재타도를 외치는 대학생들이, 노동현장에는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YH여공들의 신민당사 점거농성이, 국회에선 제1야당 총재가 제명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그리하여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김영삼의 절규가 허공에 메아리친 굴곡진 시대였으니까요. 이처럼 몹시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운 세상살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시대에 살고 있지만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오리라는, 머잖아 좋은 날을 맞이하리라는 희망과 믿음이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에게 있었던 거죠.

이별의 아픔 뒤에 새로운 만남과 더욱 단단하게 인연을 맺고 살아가듯이.

그랬습니다. 살다 보니 시련에서 거듭나게 하는 명약이 바로 세월이었습니다. 철옹성 같던 유신정권도 무너지고, 위세 등등하던 전두환 대통령도 백담사로 쫓겨 가고, 노동착취를 일삼든 기업주들도 노사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아 머슴처럼 여기던 노동자들의 말을 경청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나도 모르게 `세월이 약이겠지요'라는 철 지난 노래를 자주 흥얼거리고 있으니 세상사가 잘못 돌아가고 있나 봅니다.

그 노래가 유행했던 45년 전보다 더 참담하고 고통스러워서입니다.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해악 때문입니다. 그 못된 놈이 국가와 개인의 경제는 물론 교육 문화 전반을 망가뜨리고 인심마저 흉흉하게 만들어서입니다. 방역의 모범국가라고 뽐내던 대한민국이 조치의 마지막 단계인 거리두기 3단계 카드를 꺼낼지 말지를 고심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니 오호 통재입니다.

감염환자를 입원시킬 병상이 부족해 대학교 기숙사를 병실로 사용할 정도이고 치료할 의료진이 바닥나 일반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을 차출해야 할 지경이니 정부와 지자체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무증상 감염자가 많다 보니 일터가 두렵고 자신이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어 선뜻 나설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입니다. 그러니 백신과 치료제가 상용화될 때까지 납작 엎드려 지낼 수밖에요. `세월이 약이겠지요'하면서 말입니다.

그야말로 세월이 약인 세상입니다. 앞으로 3개월 정도만 참고 견디면 코로나가 퇴치되거나 약을 먹으면 금세 낳는 감기쯤으로 치부되는 날이 올 테니까요.

그런데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게 있으니 정치권과 국민들의 따로국밥입니다.

선량한 국민들이 보수와 진보라는 흑백논리에 갇혀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져 원수처럼 으르렁대며 싸웁니다. 심지어 부자지간에도.

이를 치유하거나 통합해야 할 정치권이 되레 이를 부추기고 대놓고 편 가르기를 하고 있어 나라의 미래가 암울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장관의 진흙탕싸움도 그렇고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여야의 격돌도 그렇습니다.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는 국민들만 피멍이 듭니다.

남북으로 갈리고 동서로 갈리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희망을 포기하는 대한민국 사회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하여 초인을 찾습니다. 송대관의 히트곡 `해 뜰 날'처럼 대한민국과 청년들의 앞날에 쨍하고 해 뜰 날이 오도록.

세월이 약인 건 분명하지만 허송세월하면 독도 될 수 있느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금언을 상기하며.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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