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
소꿉놀이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0.12.1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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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김순남 수필가

 

벌써 삼 주가 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세 살 손녀는 어린이집에 등원을 못하고 집에서 지내는 중이다. 매일 아침 며느리가 출근하고 나면 손녀를 돌보다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것이 내 임무였는데, 요즘은 며느리가 직장에서 올 때까지 아이를 돌보게 되었다. 아이는 온종일 같이 놀아만 주면 이것저것 놀잇감을 찾아 잘 놀아주어 그나마 다행이다.

수없이 반복해도 아이는 재미에 푹 빠진다. 책도 읽어주고 블록놀이도 같이하고 그것도 싫증 나면 동요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하는데 가장 많이 하는 놀이가 소꿉놀이다. 둘이 놀다가 인원이 부족하다 싶은지 인형 콩이와 순이도 동참을 시킨다. 사이좋게 인형을 하나씩 안고 음식을 만들어 먹여주고 주스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맛있게 나눠 먹는다.

아이는 소꿉놀이의 연출까지 진두지휘를 한다. 색종이를 잘게 찢어 그릇에 담는다. 그릇을 얹으면 `치직'소리까지 나는 주방기구로 그럴싸하게 지지고 볶는 시늉을 해서 접시에 담아오며 하는 말 “할머니, 와! 맛있겠다.” 해봐. 그러면 나는 그보다 더 오버해서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했느냐.”등등 감탄을 하며 맛있게 먹어줘야 한다. 인형도 내 입을 통해 감탄사와 칭찬을 오가며 시식을 시켜야 한다. 아이는 이미 인형 콩이 와 순이가 해야 할 대사도 내게 미리 일러둔 터이다. 그렇게 우리는 수없이 소꿉놀이 삼매경에 빠지는 요즈음이다.

내게도 소꿉놀이의 추억은 아름답게 각인되어 있다. 예전에 우리는 대문간이나 친구 집 뒤란 장독대 옆에 소꿉 놀이터를 만들어놓고 놀았었다. 그때는 사금파리 조각, 병뚜껑, 예쁜 나뭇잎, 조약돌 등이 그릇을 대신 해줬다. 빨간색 풀씨, 주변에 널려 있는 풀잎들을 따다가 음식재료로 쓰기도 했다. 또래 친구들과 엄마, 아빠, 자녀 등 인물을 정해 역할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늘 아버지 역을 맡았던 남자아이 이름은 가물가물해도 그 장면은 또렷이 생각난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오고 엄마는 밥을 지어 식구들을 밥상에 둘러앉게 했던 소꿉놀이 속 장면들은 유년시절의 아름답고 풍성한 추억의 한 페이지이다. 놀잇감이 없던 궁핍한 시절이라 그랬는지 아마도 초등 저학년까지 소꿉놀이를 했던 것 같다.

누군가 아이들은 모방에 천재라 했다. 아이는 놀다 보면 가끔 어른들이 하는 말들을 그대로 재현을 해서 깜짝깜짝 놀란다. 세 살 인생에 뭘 그리 경험한 것이 많은지 모르겠다. 때로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하는 말들을 인형을 앉혀놓고 “너희들, 또는 여러분”하면서 동화책을 읽어준다고 선생님 역할을 하는가 하면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했던 말들을 그대로 쏟아 내기도 한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즐거웠던 일들을 불쑥불쑥 내뱉으며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니 누가 아이라고 얕잡아 볼 수 있단 말인가.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 하지 않던가. 놀이의 대부분은 아이가 실생활에서 또는 영상매체를 통해 보고, 들은 것들을 재현한다. 더욱이 소꿉놀이의 중심은 가정생활 모습으로 전개된다. 어른들이 무심코 하는 일상 속 언어나 행동들을 아이는 모두 저장을 해뒀다가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표출하니 말이다. 아이의 동심에 아름다운 모습이 채색되도록 가정의 단란한 모습, 어른들의 좋은 행동들을 손녀가 많이 보고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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